315.5야드와 290.9야드.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약 25야드 차이나는 두 선수가 연장전에서 맞붙었다. 누가 유리할까. 게다가 연장전이 치러진 홀은 길어 장타자에게 유리한 곳이다. 결국 거리는 짧지만,그린 주변에서 플레이가 능숙한 선수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코스(파73)에서 10일(한국시간) 끝난 미국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560만달러)는 '챔피언 중의 챔피언'을 가린다는 타이틀에 걸맞게 연장전 끝에 승부가 가름났다. 연장전에 진출한 선수는 조너선 버드(33)와 로버트 개리거스(34 · 이상 미국).두 선수는 4라운드 합계 24언더파 268타로 공동 선두를 기록하며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은 18번홀에서 치러졌다. 이 홀은 길이 663야드인 파5홀.개리거스가 정규라운드 72번째 홀에서 2온 후 버디를 잡을 만큼 장타자에게 유리한 곳이다. 지난해 개리거스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315.5야드로 이 부문 1위였다. 버드는 투어 평균치(287.3야드)를 조금 웃도는 290.9야드.

개리거스는 드라이버샷과 두 번째 샷을 버드보다 그린에 가까이 갖다놓고도 버디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개리거스의 첫 퍼트 거리가 더 길 정도로 쇼트게임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파.연장 두 번째 홀은 1번홀로 옮겨 치러졌다. 이 홀은 파4인데도 길이는 520야드에 달해 역시 개리거스가 유리한 곳.

그러나 승부는 '거리'가 아니라 퍼트에서 가름났다. 두 선수는 두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다. 홀까지 거리는 버드가 16m,개리거스가 12m.버드의 버디퍼트는 홀에 들어갈 듯하며 약 20㎝ 지점에 멈췄다. '굿 파'였다. 개리거스의 퍼트라인은 버드와 거의 같았지만 볼은 홀을 90㎝ 지나쳤다. 개리거스가 허리를 80도 정도로 구부린 채 시도한 파퍼트는 홀 가장자리를 맞고 튀어나가 버렸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짧은 퍼터(길이 28인치)는 결정적 순간 어이없는 실수를 내고 말았다. 개리거스는 "브레이크를 조금 본 데다 세게 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우승(112만달러)과 2위(63만5000달러)의 상금 차이는 5억4000만원이었다.

버드는 지난해 10월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 때 연장 네 번째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고 우승컵을 안은 선수.홀인원의 행운이 이어졌는지 2개월보름 만에 통산 5승째를 올렸다.

US오픈 챔피언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최종일 11타를 줄인 끝에 합계 23언더파 269타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이 대회에 강했던 호주선수 중에서는 제이슨 데이가 9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공동 17위,앤서니 김(26 · 나이키골프)은 공동 19위를 각각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