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10일 유소연 임지나 윤채영 남수지 등 유명 여자 프로골퍼 4명으로 이뤄진 '한화골프단'을 창단했다. 이 골프단을 운영할 한컴의 백문일 상무는 이날 창단식에서 "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췄지만 대기업의 체계적인 지원은 부족했다"며 "한화골프단은 세계 초인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한화의 글로벌 전략과 한화금융네트워크를 비롯한 그룹의 브랜드 통합 전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뿐만이 아니다. 롯데마트 웅진 한국인삼공사 등 대기업과 기업은행 KDB생명 등 금융기관도 여자골프단 창단을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이처럼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여자골프단 창단에 나서는 것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다른 프로 스포츠를 압도하는 데다 기업들의 홍보 및 이미지 제고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폰서들은 5억~10억원의 금액으로 골프단을 운영한다. 축구 야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턱없이 적은 비용이다. 하지만 선수에 대한 관심은 정규 시즌은 물론 비시즌에도 달아오른다.

VIP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가 골프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골프 애호가와 금융기관 VIP 고객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 주요 선수들의 활약은 스폰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간접적인 홍보 마당이 되고 있다. 게다가 우승까지 하면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스폰서가 소속 선수의 우승으로 거두는 유 · 무형의 경제적인 가치를 총상금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택 토마토저축은행 팀장은 "선수의 우승은 직접 생방송으로 골프팬에게 노출된다"며 "여기에 신문 방송 잡지 케이블 등에 노출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총상금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단 운영이 스폰서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 장수화가 하이트컵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장수화 우승 기념 e정기적금'(11월8~30일)을 발매했다. 이 적금의 계약금액은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김 팀장은 "올해도 우승 선수를 기념하는 금융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자골프계에 절대 강자가 없는 점도 기업들이 새로운 팀을 창단하려는 욕구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자골프계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해온 하이마트와 하이트 선수들의 활약이 약해진 반면 신생팀인 비씨카드가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우승컵을 든 안신애와 김혜윤,인기선수 김하늘 홍진주 등을 거느리며 최고 스타 골프단으로 떠올랐다. 비씨카드의 선전으로 삼성카드 신한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도 골프단 출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자골프단을 운영하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다. 고객초청 라운드,원포인트 레슨,팬사인회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선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각종 프로암대회를 여는 등 골프 관련 마케팅 행사를 자주 한다. 소속 선수가 있으면 정규 대회가 열리지 않는 주에 귀빈들과의 라운드를 주선할 수도 있다. 박재민 희준컴 차장은 "골프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