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낮엔 金대리, 밤엔 金사장 … "쉿~ 남들이 알면 경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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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잡족
전업인지, 부업인지…
용돈 벌자고 벌인 일이 '대박', "이참에 전직할까"…행복한 고민
투잡 숨기는 건 불문율
"한턱 쏴라" 배아픈 동료들 아우성 … 상사에 들키면 시말서 각오해야
전업인지, 부업인지…
용돈 벌자고 벌인 일이 '대박', "이참에 전직할까"…행복한 고민
투잡 숨기는 건 불문율
"한턱 쏴라" 배아픈 동료들 아우성 … 상사에 들키면 시말서 각오해야
이 대리의 별명은 '막둥이'다. "막둥아~"하고 부장이 부르면 냉큼 튀어가 '부르셨습니까?' 하며 꾸벅 머리를 조아린다. 부비 관리,점심메뉴 정하기,회식장소 구하기 등 별별 궂은 일이 그에게 쏟아진다. 뭘 시키면 절대 'no'하는 법이 없다. 팀장은 그를 "타고난 막내 기질"이라며 예뻐한다.
그런 그가 주말이면 180도 달라진다. '이 선생님'이란 호칭이 그에게 붙는다. 머리를 조아리는 쪽은 서울 강남 학부모들이다. 예고와 음대를 나온 그가 주말 강남의 예체능 레슨계에서 '이(李)마에'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직장 동료는 없다.
이 대리는 예술가로 어차피 대성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경영학을 다시 공부해서 직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무렵,졸업 전에 레슨을 해준 한 학생이 '억세게 운좋게' 예고에 붙었다. 중학생 제자 세 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는 "주말 알바지만 소득은 월급보다 훨씬 많다"며 "먹고 살 걱정이 없어서 그런지 직장생활에서 굽실거리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알바가 쭈욱~
'외도'에 대한 투잡스족들의 변명은 다양하다. 월급이 적어서,잘릴 때를 대비해서,그냥 취미로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대리(32)는 취미생활겸 용돈벌이로 12년째 주말 과외를 하고 있다. 한창 잘 나갈 땐 한 달에 200만원까지 벌었지만 요즘은 100만원 선으로 줄었다. 인터넷 강의가 흔해지고 대형 학원들이 많아진 탓이다. 그는 "회사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만족한다"며 "휴일시간이 줄어 여친이 섭섭해하는 게 한 가지 흠"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기술영업을 하는 박 모 과장(34)도 김 대리와 비슷한 케이스다. 강의와 프로그래밍이 그의 특기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강의로 그는 한 달에 70만~80만원을 번다. 강의와 함께 프로그램개발 용역까지 맡았던 지난해에는 석 달 만에 800만원을 번 적도 있다.
컴퓨터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2년간 했던 그는 재작년 선배의 부탁으로 한 벤처회사 직원들에게 파워포인트와 엑셀,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용법 등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한 달에 한 두 곳씩 중소기업 대상 강사로 뛰고 짬짬이 프로그램 개발 하청도 맡는다. 박 과장은 "외국 본사가 제공하는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하려면 1인당 20만원씩 교육비를 지출해야 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이들의 조용한 강의 요청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어떤게 메인인지 헷갈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전모씨(34)는 명함이 2개다. 낮에는 유능한 영업사원인 그는 밤에는 어엿한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4년 전부터 친구와 함께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다. 전씨는 "와인바가 생각보다 잘돼서 최근에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를 하나 더 냈다"고 말했다. 최근엔 프랜차이즈 사업을 고려해 브랜드 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씨는 "회사에는 물론 비밀"이라며 "사업 리스크가 줄어들 때까지 회사를 그만둘 계획은 없다"고 했다.
국내 한 건설사 홍보팀 김모 과장(35)은 퇴근 후엔 늘 치킨집으로 향한다. 치킨 마니아라서가 아니다. 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과장은 "2년 전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때 불안해서 와이프와 함께 창업했다"며 "처음엔 프랜차이즈 창업 강의를 들으러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물류업체에 다니는 정모 대리(33).그는 친구와 인터넷 패션쇼핑몰을 운영한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쳇바퀴 같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대량 구매하거나 배송,홈페이지 관리 등 영업의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 친구가 맡는다.
정 대리는 초기 자본금의 70%를 낸 대신 시간은 적게 투자한다. 쇼핑몰과 옷의 전체적인 컨셉트를 설정하는 역할 정도다. 정 대리는 "운영비를 제하고 60(친구)대 40(정 대리)으로 나눠 가지다보니 용돈 벌이 이상은 된다"면서 "아예 전직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어설픈 투잡은 '죽도 밥도 안돼'
부업을 '비즈니스' 수준으로 잘못 키웠다가 죽도 밥도 안된 경우도 흔하다. 공기업에 다니는 정모씨(38)는 주식투자로 불린 돈 1억원을 스크린골프장에 공동 투자했다가 최근 지분을 팔아치웠다. 월말이면 통장에 꽂히는 현금을 보면서 직접 운영에 뛰어들까도 생각했지만 신경쓸 일이 늘어만 갔다. 옆 상가에 생긴 경쟁사 업주와의 주차장 분쟁,직원 관리감독,각종 세금 신고까지. 나중엔 보고를 받는 것조차 짜증스러웠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새로 개발된 프로그램과 인테리어를 바꿔줘야 하는 추가 출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겁났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더 컸다"고 털어놨다.
◆내 이중생활을 알리지 마라
직장에서 내 '가욋일'을 숨기는 건 직장인 알바족들의 불문율이다. 관계가 불편해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조금만 일을 잘못해도 "엉뚱한 데 신경을 쓴 탓"이라는 상사들의 '타박'이 잇따른다. 알려지는 순간 "넌 돈을 따로 버니 밥 사라,술 사라"하는 귀찮은 일도 잦아진다. '여윳돈 있으면 좀 빌려달라'는 말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 IT 담당자로 일하던 이모씨(35)는 한때 후배에게 꾀여 다른 기업 프로젝트일을 아르바이트 삼아 병행했다가 상사에게 들켰다.
그는 "업무 시간 중에 다른 회사 일을 했단 이유로 대노한 상사에게 시말서를 낸 것은 물론,눈치가 보여 회사 생활이 가시방석 같았다"고 회고했다. 술자리에선 "돈 잘 버는 ◆◆씨가 사야 하지 않냐"는 빈정거림도 들어야 했다.
몰래바이트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국내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K모 과장(37)은 유명 다단계회사인 거래처 관계자의 권유에 용돈 몇푼 벌 생각으로 부업을 시작했다. 세일즈 소질을 타고난 덕분에 다단계로 벌어 들이는 돈은 쏠쏠했다. 1년여 후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다단계 판매 소득이 월급보다 많아진 것이다.
문제는 K과장이 다니던 회사는 겸업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었다는 점.K과장은 그러나 별도의 직장에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을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친한 직장 내 선후배 동료들에게 다단계 판매를 한번 시작해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의 투잡생활을 알게 된 회사 측은 즉시 K과장을 해고했다.
이관우/김동윤/이상은/이고운/강유현 기자 leebro2@hankyung.com
◆알림 = 화요기획 '김과장 & 이대리'가 책(기획출판 거름)으로 나왔습니다. 2009년 12월부터 2년 넘게 연재 중인 '김과장 & 이대리'를 보완하고 주제별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책은 총7부로 구성됐습니다. 직장에서의 관계,직장 내 사생활,성공테크닉,생존의 법칙,직장생활 적응하기,직장인이 살아가는 법을 일목요연하게 엮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의 꿈과 희망,환희와 비애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경제신문 매주 화요일자에서 만났던 김과장,이대리를 단행본을 통해 한꺼번에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그런 그가 주말이면 180도 달라진다. '이 선생님'이란 호칭이 그에게 붙는다. 머리를 조아리는 쪽은 서울 강남 학부모들이다. 예고와 음대를 나온 그가 주말 강남의 예체능 레슨계에서 '이(李)마에'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직장 동료는 없다.
이 대리는 예술가로 어차피 대성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경영학을 다시 공부해서 직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무렵,졸업 전에 레슨을 해준 한 학생이 '억세게 운좋게' 예고에 붙었다. 중학생 제자 세 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는 "주말 알바지만 소득은 월급보다 훨씬 많다"며 "먹고 살 걱정이 없어서 그런지 직장생활에서 굽실거리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알바가 쭈욱~
'외도'에 대한 투잡스족들의 변명은 다양하다. 월급이 적어서,잘릴 때를 대비해서,그냥 취미로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대리(32)는 취미생활겸 용돈벌이로 12년째 주말 과외를 하고 있다. 한창 잘 나갈 땐 한 달에 200만원까지 벌었지만 요즘은 100만원 선으로 줄었다. 인터넷 강의가 흔해지고 대형 학원들이 많아진 탓이다. 그는 "회사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만족한다"며 "휴일시간이 줄어 여친이 섭섭해하는 게 한 가지 흠"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기술영업을 하는 박 모 과장(34)도 김 대리와 비슷한 케이스다. 강의와 프로그래밍이 그의 특기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강의로 그는 한 달에 70만~80만원을 번다. 강의와 함께 프로그램개발 용역까지 맡았던 지난해에는 석 달 만에 800만원을 번 적도 있다.
컴퓨터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2년간 했던 그는 재작년 선배의 부탁으로 한 벤처회사 직원들에게 파워포인트와 엑셀,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용법 등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한 달에 한 두 곳씩 중소기업 대상 강사로 뛰고 짬짬이 프로그램 개발 하청도 맡는다. 박 과장은 "외국 본사가 제공하는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하려면 1인당 20만원씩 교육비를 지출해야 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이들의 조용한 강의 요청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어떤게 메인인지 헷갈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전모씨(34)는 명함이 2개다. 낮에는 유능한 영업사원인 그는 밤에는 어엿한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4년 전부터 친구와 함께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다. 전씨는 "와인바가 생각보다 잘돼서 최근에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를 하나 더 냈다"고 말했다. 최근엔 프랜차이즈 사업을 고려해 브랜드 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씨는 "회사에는 물론 비밀"이라며 "사업 리스크가 줄어들 때까지 회사를 그만둘 계획은 없다"고 했다.
국내 한 건설사 홍보팀 김모 과장(35)은 퇴근 후엔 늘 치킨집으로 향한다. 치킨 마니아라서가 아니다. 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과장은 "2년 전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때 불안해서 와이프와 함께 창업했다"며 "처음엔 프랜차이즈 창업 강의를 들으러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물류업체에 다니는 정모 대리(33).그는 친구와 인터넷 패션쇼핑몰을 운영한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쳇바퀴 같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대량 구매하거나 배송,홈페이지 관리 등 영업의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 친구가 맡는다.
정 대리는 초기 자본금의 70%를 낸 대신 시간은 적게 투자한다. 쇼핑몰과 옷의 전체적인 컨셉트를 설정하는 역할 정도다. 정 대리는 "운영비를 제하고 60(친구)대 40(정 대리)으로 나눠 가지다보니 용돈 벌이 이상은 된다"면서 "아예 전직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어설픈 투잡은 '죽도 밥도 안돼'
부업을 '비즈니스' 수준으로 잘못 키웠다가 죽도 밥도 안된 경우도 흔하다. 공기업에 다니는 정모씨(38)는 주식투자로 불린 돈 1억원을 스크린골프장에 공동 투자했다가 최근 지분을 팔아치웠다. 월말이면 통장에 꽂히는 현금을 보면서 직접 운영에 뛰어들까도 생각했지만 신경쓸 일이 늘어만 갔다. 옆 상가에 생긴 경쟁사 업주와의 주차장 분쟁,직원 관리감독,각종 세금 신고까지. 나중엔 보고를 받는 것조차 짜증스러웠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새로 개발된 프로그램과 인테리어를 바꿔줘야 하는 추가 출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겁났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더 컸다"고 털어놨다.
◆내 이중생활을 알리지 마라
직장에서 내 '가욋일'을 숨기는 건 직장인 알바족들의 불문율이다. 관계가 불편해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조금만 일을 잘못해도 "엉뚱한 데 신경을 쓴 탓"이라는 상사들의 '타박'이 잇따른다. 알려지는 순간 "넌 돈을 따로 버니 밥 사라,술 사라"하는 귀찮은 일도 잦아진다. '여윳돈 있으면 좀 빌려달라'는 말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 IT 담당자로 일하던 이모씨(35)는 한때 후배에게 꾀여 다른 기업 프로젝트일을 아르바이트 삼아 병행했다가 상사에게 들켰다.
그는 "업무 시간 중에 다른 회사 일을 했단 이유로 대노한 상사에게 시말서를 낸 것은 물론,눈치가 보여 회사 생활이 가시방석 같았다"고 회고했다. 술자리에선 "돈 잘 버는 ◆◆씨가 사야 하지 않냐"는 빈정거림도 들어야 했다.
몰래바이트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국내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K모 과장(37)은 유명 다단계회사인 거래처 관계자의 권유에 용돈 몇푼 벌 생각으로 부업을 시작했다. 세일즈 소질을 타고난 덕분에 다단계로 벌어 들이는 돈은 쏠쏠했다. 1년여 후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다단계 판매 소득이 월급보다 많아진 것이다.
문제는 K과장이 다니던 회사는 겸업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었다는 점.K과장은 그러나 별도의 직장에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을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친한 직장 내 선후배 동료들에게 다단계 판매를 한번 시작해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의 투잡생활을 알게 된 회사 측은 즉시 K과장을 해고했다.
이관우/김동윤/이상은/이고운/강유현 기자 leebro2@hankyung.com
◆알림 = 화요기획 '김과장 & 이대리'가 책(기획출판 거름)으로 나왔습니다. 2009년 12월부터 2년 넘게 연재 중인 '김과장 & 이대리'를 보완하고 주제별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책은 총7부로 구성됐습니다. 직장에서의 관계,직장 내 사생활,성공테크닉,생존의 법칙,직장생활 적응하기,직장인이 살아가는 법을 일목요연하게 엮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의 꿈과 희망,환희와 비애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경제신문 매주 화요일자에서 만났던 김과장,이대리를 단행본을 통해 한꺼번에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