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수의 몰락…11만 경찰 "신뢰 잃었다"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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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함바 게이트' 수사 급물살
강희락 전청장 소환…혐의 추궁
조현오 경찰청장 "연루땐 엄벌"
"유씨 만난 간부들 자진신고 하라"
강희락 전청장 소환…혐의 추궁
조현오 경찰청장 "연루땐 엄벌"
"유씨 만난 간부들 자진신고 하라"
검찰의 '함바(건설현장 식당) 게이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브로커 유상봉씨(65 · 구속)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직 치안총수의 검찰 소환에 11만명의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침통한 분위기다. 함바 게이트에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다른 간부도 연루돼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제2,3의 유씨'가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에 따라 또 다른 게이트가 파헤쳐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TV 생중계에 경찰 침울
강 전 청장은 10일 오후 2시께 기사가 운전하는 검은색 오피러스 차량을 타고 변호사와 함께 서울동부지검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강 전 청장은 재임 시절과는 달리 하얗게 센 머리에 황토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강 전청장이 검찰에 소환되자 경찰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검찰 소환 장면을 TV생중계로 지켜본 경찰청 간부들은 말을 잃은 채 침울하고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간부는 "전직 수장이 이렇게 되는 걸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국민 보기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직원은 "재임 기간 비리척결을 부르짖던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다니 배신감을 느낀다"며 허탈해했다.
전 · 현직 수뇌부가 연루된 경찰은 아예 자체 색출작업에 나섰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의 총경 이상 지휘관에게 양심고백 차원에서 유씨를 알고 있다면 어떻게 만났고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적이 있으면 다 적어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검찰 수사결과에서 이름이 거론되거나 언론 취재에 의해 연루사실이 밝혀지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가혹하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제2,3 '함바 리스트' 나오나
검찰은 이날 강 전 청장을 상대로 2009년 경찰관 승진 인사 때 청탁 명목 등으로 1억원을 유씨에게서 받았는지,유씨가 구속되기 전인 지난해 8월 4000만원을 주면서 해외도피를 권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함바 운영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유씨에게서 3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이 전 해양경찰청장도 조만간 소환조사키로 했다. 이 전 청장은 유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현금뿐 아니라 인천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정황도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배건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이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리는 등 '함바 게이트' 연루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배 전 팀장은 함바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2,3의 '브로커 유씨'들이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함바 리스트'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각 지방검찰청에서는 최근 들어 함바 비리 사범들이 줄줄이 적발되고 있다. 함바 운영권 한 건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오고가는 등 거액의 이권이 개입돼 있다. 얼마든지 유씨와 같은 거물 사범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지난해 말 아파트 공사현장의 함바 운영권이 없으면서도 넘겨줄 것처럼 속여 2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검찰에 적발된 사기범이 징역6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번 사건으로 '건설 수사의 명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울동부지검은 관할에 재건축 아파트나 택지지구가 많아 전통적으로 건설 분야 수사에 강점을 보여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0월 서울 개포동 SH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달 문정택지지구 보상비리에 연루된 이곳 전 직원 박모씨(45)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임도원/이현일 기자 van7691@hankyung.com
◆TV 생중계에 경찰 침울
강 전 청장은 10일 오후 2시께 기사가 운전하는 검은색 오피러스 차량을 타고 변호사와 함께 서울동부지검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강 전 청장은 재임 시절과는 달리 하얗게 센 머리에 황토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강 전청장이 검찰에 소환되자 경찰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검찰 소환 장면을 TV생중계로 지켜본 경찰청 간부들은 말을 잃은 채 침울하고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간부는 "전직 수장이 이렇게 되는 걸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국민 보기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직원은 "재임 기간 비리척결을 부르짖던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다니 배신감을 느낀다"며 허탈해했다.
전 · 현직 수뇌부가 연루된 경찰은 아예 자체 색출작업에 나섰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의 총경 이상 지휘관에게 양심고백 차원에서 유씨를 알고 있다면 어떻게 만났고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적이 있으면 다 적어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검찰 수사결과에서 이름이 거론되거나 언론 취재에 의해 연루사실이 밝혀지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가혹하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제2,3 '함바 리스트' 나오나
검찰은 이날 강 전 청장을 상대로 2009년 경찰관 승진 인사 때 청탁 명목 등으로 1억원을 유씨에게서 받았는지,유씨가 구속되기 전인 지난해 8월 4000만원을 주면서 해외도피를 권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함바 운영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유씨에게서 3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이 전 해양경찰청장도 조만간 소환조사키로 했다. 이 전 청장은 유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현금뿐 아니라 인천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정황도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배건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이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리는 등 '함바 게이트' 연루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배 전 팀장은 함바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2,3의 '브로커 유씨'들이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함바 리스트'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각 지방검찰청에서는 최근 들어 함바 비리 사범들이 줄줄이 적발되고 있다. 함바 운영권 한 건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오고가는 등 거액의 이권이 개입돼 있다. 얼마든지 유씨와 같은 거물 사범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지난해 말 아파트 공사현장의 함바 운영권이 없으면서도 넘겨줄 것처럼 속여 2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검찰에 적발된 사기범이 징역6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번 사건으로 '건설 수사의 명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울동부지검은 관할에 재건축 아파트나 택지지구가 많아 전통적으로 건설 분야 수사에 강점을 보여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0월 서울 개포동 SH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달 문정택지지구 보상비리에 연루된 이곳 전 직원 박모씨(45)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임도원/이현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