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0일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첫 보고를 받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전격 요구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그냥 간다"는 입장이었던 청와대는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후보의 사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의 사퇴 요구 형식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이날 임태희 대통령 실장 주재로 회의를 마친 뒤 "당도 얼마든지 그런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번에 보여준 절차와 방식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한나라당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 참모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사전에 언질을 받았거나 조율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전격적으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결국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이 반대한 상황에서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 · 8 개각' 때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 3명이 낙마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인사 문제가 터지면서 여권에선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검증 책임을 지고 있는 민정수석뿐만 아니라 임태희 실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 출신이 감사원장으로 가는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7개월 동안 7억원의 월급을 받았다는 것은 공정사회 측면에서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내정을 강행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이 시점에서 회전문 인사관행을 바꿔야 하고 인재풀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