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입장을 공식화, 정 후보자의 사퇴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여당마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결국 청와대가 인사 실패를 되풀이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인사 난맥상이 거듭되고 있는 것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청와대가 정 후보자를 감사원장으로 기용키로 한 것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그는 두 가지의 결정적 결격 사유를 가진 인물인 까닭이다. 첫째,정 후보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런 사람이 수장을 맡는 감사원이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한나라당이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를 대통령직 인수위 참여 경력을 거론하며 독립성을 문제삼아 낙마시킨 전례를 생각해도 그러하다.

둘째,그는 대검찰청 퇴직 이후 법무법인에 몸담으면서 전관예우라는 부적절한 관행에 힘입어 7개월간 7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 '제 식구 챙기기'의 전형인 전관예우는 공직사회의 집단이기주의와 모럴 해저드를 상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하루빨리 척결돼야 할 그런 관행의 혜택을 받은 인물이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감독하고 공직기강을 세워야 할 조직의 사령탑을 맡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그가 감사원장 후보자로 추천된 것은 현 정권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드러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얼마나 검증이 부실했으면 한나라당까지 그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겠는가. 더구나 과거에도 재산축적 과정과 도덕성 문제 등으로 인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빈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 시스템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에야말로 인사 검증 체계를 확실히 뜯어고쳐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같은 실수를 또 되풀이한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추락하고 레임덕이 앞당겨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