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D 가깝게 현대인은 발전과 개발에 치중해왔다. 서양식 첨단을 내세워 자연과 전통은 점점 홀대받고 인위성 기계성 비전통성만 강고해지고 있다.

현대의학은 물론 현대인의 의생활,식품도 이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현대인의 건강상태가 예전보다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면 단연 자연을 멀리하는 자연역행(자연이탈)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자연순환(자연회귀)을 통해 자연치유력을 회복함으로써 건강에 이를 수 있다.

현대인의 패션을 예로 들자.인류 역사에서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 대표적인 속옷을 꼽으라면 단연 브래지어다. 브래지어는 젖가슴 부위를 압박하기 때문에 '가슴갑옷'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는 반면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에게는 아름다운 외양을 갖게 하는 필수적인 물건이다. 브래지어의 어원은 프랑스어 '브르쉬르(brassiere)'로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가슴 부위를 쉽게 여닫을 수 있게 만든 옷'이란 뜻이다.

브래지어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한국전쟁 직후다. 이전에 한국 여성들은 속적삼을 입거나 옥양목 · 명주 등으로 젖가슴 부위를 둘둘 말아 유방을 가렸다. 1970년대 들어 철사를 U자로 구부려 가슴을 모아주는 와이어를 넣은 브래지어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처럼 '모아주고 받쳐주는' 형태를 갖추게 됐다.

스웨덴 룬드대의 괴란 삼시오에 산부인과 교수는 "몸은 자연스런 운동을 통해 일정한 탄력을 유지한다. 브래지어는 몸의 자연스런 작용을 방해하므로 여성의 젖가슴은 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시오에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브래지어를 오래 착용할수록 젖가슴은 탄력을 잃고 축 늘어지므로 성인 여성에게는 노브라가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브래지어를 벗으면 젖가슴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사라져 산소 공급,혈액 흐름이 원활해져 노폐물이 잘 배출되며 암 같은 비정상세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어진다.

갈지 않는 땅에는 땅을 써래질하는 미생물과 땅의 천적인 거미,무당벌레 등이 협동해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그러나 현대식 개발과 경작방법은 땅속 생명체조차 평화롭게 살 수 없게 만들어 인간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터전을 흔들고 있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다. 간섭하지 않는 몸이 건강하고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지만 억압당한 몸에는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위성이 지나친 현대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중심사고를 회복해야 한다.

박명희 안동대 간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