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및 정보기술(IT)소재 기업이다. 올레핀 계열과 같은 범용뿐 아니라 아클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수지(ABS)와 같은 고가 소재도 국내 최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특히 프로필렌 계열 제품에서는 경쟁상대가 없는 독보적 기업이다. IT소재부문도 마찬가지다. 주력인 편광판과 소형 배터리는 세계 시장에서도 과점적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액정표시장치(LCD) 유리,중대형 배터리 등의 매출비중이 늘어나며 중 · 장기적으로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IT 소재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 다각화 뛰어나 수익성 높아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업체 중 프로필렌 계열 제품의 다각화가 가장 뛰어난 회사다. 옥탄올 아크릴산 비스페놀A(BPA) 등 고수익 제품이 다양해 화학사업 전반의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옥탄올의 전 세계 생산능력은 총 344만t이며,이 중 LG화학은 25만t 규모의 설비를 확보하고 있다. 옥탄올 마진은 예전에는 t당 200달러 미만으로 매우 수익성이 낮았지만,제한적 증설과 꾸준한 수요 증가로 최근에는 6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가소제 원료로 사용되는 옥탄올은 환경 유해 논란이 있어 선진국에서는 증설이 거의 없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 생산능력의 56%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을 정도다. 옥탄올은 올 하반기 중국의 25만t 증설을 제외하면 대규모 증설 계획이 없다. 2007년 27만8000t이던 중국의 옥탄올 수입량은 2009년 46만4000t으로 급증했다. 폴리염화비닐(PVC) 시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한 옥탄올 역시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발표한 3045억원의 고흡수성수지(SAP),아크릴레이트 투자건 역시 프로필렌 계열 제품의 수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이던 2008년 t당 1829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던 아크릴산의 가격도 최근 2400달러로 치솟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크릴을 원료로 하는 SAP도 이전 고점 수준까지 뛰었다. 이번 투자로 아크릴레이트의 생산능력은 16만t 증가해 자가 소비분을 제외한 9만t은 외부로 판매될 전망이다. SAP 마진은 최근 가격상승세에 힘입어 개선 추세다.

석유화학 분야의 또 다른 주력제품인 BPA는 고부가가치의 다운스트림 제품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품목이다. BPA의 t당 마진은 2009년 86달러에 그쳐 적자였지만,지난해에는 438달러로 크게 개선됐다.

이 같은 BPA의 수익성 개선은 BPA를 원료로 사용하는 폴리카보네이트(PC)의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게다가 2013년까지 신규로 출하될 전 세계 BPA 신규물량은 24만t에 불과해 수급 측면에서도 여유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0년 전 세계 BPA 생산능력은 520만t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난 3~4년간의 BPA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초기 국면으로 판단된다. 또 전 세계에서 2011~2012년 중 61만t의 PC 설비가 건설되고 있는데,이는 BPA 신규 수요를 56만t 창출할 전망이다. BPA 시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핵심이유다.

◆신규사업 안착으로 실적 개선 지속 전망

중대형 배터리와 LCD 유리 등 IT소재 부문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신규사업이므로 의미 있는 규모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초기에는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하지만 올해 LG화학의 성장은 석유화학산업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중대형 배터리와 LCD 유리사업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잡힌다. 자연스럽게 성장주로서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분기 여수 나프타분해센터(NCC) 생산능력이 90만t에서 100만t으로 확대됐다. 또 올 1분기에는 대산 NCC 생산능력이 76만t에서 91만t으로 늘어나고 BR도 8만t 증설이 완료된다. 이는 현재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연 5000억원의 매출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는 아크릴레이트 증설을 통한 외부 판매로 2500억원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대산 NCC 증설은 정기보수와 맞물려 진행된다. 이번 정기보수 이후 2014년까지는 정기보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시황 개선의 효과를 100%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정기보수는 2015년쯤 여수에서 실시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사업 호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중대형 배터리와 LCD유리의 매출 및 수익증가가 나타나며 LG화학의 성장과 수익 개선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LCD 유리의 2010년 수입량은 4630만㎥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부터 매년 40.2%의 수입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LG화학의 LCD 유리 생산량 5000만㎥는 내수 수요만으로도 소진될 수 있다. 사업이 안정화되는 2~3년 뒤에는 추가증설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아시아 1위인 시네츠(Shin-Esu)를 앞섰다. 작년 3분기까지 LG화학의 영업이익(달러기준)이 시네츠보다 58.7%나 많았던 덕분이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다우케미컬의 80%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63%선에 머물고 있다. LG화학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할 때 다우케미컬 시가총액의 80% 안팎까지 상승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LG화학의 적정주가는 48만원선이다. 1등 기업의 경우 단순 주가배수보다는 이익의 규모와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인 평가방법이다. 중대형 배터리와 LCD 유리사업부문의 이익창출력이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경우 목표주가를 추가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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