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끝없이 치솟아 서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등 주택 전셋값은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23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지난해는 상승률이 전년의 두 배를 넘는 7.1%나 돼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인기지역에선 1년 사이에 1억원 넘게 오른 아파트가 한둘이 아니고 보면 실수요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한 전세대란으로 집을 구하려고 서울을 벗어나 신도시 등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서민들이 급증해 '전세 난민'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그동안 정부가 무사안일하게 대응했던 것이 큰 원인이다. 이미 지난해 가을 이사철부터 전셋값이 급등했는데도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관련부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전셋값 상승은 일시적"이라며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뒤늦게 지난 7일 부랴부랴 1~2인용 원룸 등 도시형 생활주택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세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전세난은 이미 발등의 불인데 중장기 대책만 나열하고 있는 탓이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전세난은 주택공급물량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당장 전세물량을 확보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수도권은 거의 3만채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입주자와 건설사 간의 분쟁으로 입주가 지연되고 있는 단지도 적지않은 만큼 행정적인 지원을 통해 조기 입주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저리의 전세자금을 충분히 공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함께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임차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인 반토막 단기계약 같은 편법이 성행하는 만큼 행정지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향후 주택의 수급관계를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시장 침체로 건설업체들의 주택공급이 급감해 앞으로도 전세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짙다. 이와함께 중대형 분양주택은 민간이 맡고,LH등 공공부문은 소형 · 임대주택을 전담하도록 주택시장 체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