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차 잔액이 올 들어 3조원 넘게 불어나 주의가 요망된다. 대차 잔액이 급증한 종목들은 공매도의 타깃이 돼 하락장에서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차 잔액이란 특정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로부터 빌린 주식의 합계를 가리킨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매도한 뒤 그 종목의 가격이 매도 가격보다 더 떨어지면 다시 사서 시세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2443억원(연초 이후 누적액 기준)에 그쳤던 대차 잔액은 새해 들어 급증,지난 10일에는 3조4364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한 해 동안 빌렸던 주식을 연말에 배당과 의결권 행사 등의 이유로 대거 상환했던 투자자들이 새해 들어 다시 주식을 빌리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전체 대차 잔액 중 90%가량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빌린 것이고,빌린 주식의 80%가량은 공매도가 목적이다. 실제로 대차 잔액이 늘면서 공매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534억원까지 줄었던 하루 공매도 규모는 새해 첫 거래일인 3일 1390억원으로 치솟은 뒤 꾸준히 1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10일까지 시가총액 대비 대차 잔액 비중이 크게 높아진 종목은 주성엔지니어링 오리온 NHN 유한양행 삼성중공업 메가스터디 등이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대차 잔액이 늘어난 종목은 외국인이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봤다는 의미"라며 "대차 잔액이 한번 증가한 종목은 추세를 형성하면서 꾸준히 느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