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거취표명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11일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던 정 후보자는 이날 거취문제에 대해 "하룻밤 더 생각해보겠다"면서도 "(청문회 준비와 관련해) 할 건 하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의 감사원장 임명은 국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여당까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문회까지 버틸 이유가 없음에도 정 후보자가 선뜻 사퇴표명을 하지 못하는 데는 나름대로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당의 사퇴요구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 · 청 갈등은 폭발직전까지 갔다. 청와대 이미지는 구겨질 대로 구겨졌고,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정국에서 정 후보자가 즉각 사퇴할 경우 청와대가 모든 책임을 질 뿐 아니라 책임 소재를 놓고 여권 내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게 자명하다"며 "당 · 청 사이의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 앉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즉각 사퇴할 경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에게 야당의 화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와 정 후보자가 사퇴시기를 저울질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야당은 이미 두 후보자에 대해 부동산투기,세금 체납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