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석유화학 업황 전망은 밝다. 적어도 2013년까지 전 세계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둔화되는 반면,총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북미와 유럽의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도 더해질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세계 석유화학설비 가동률이 본격 상승하고,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흥시장 수요에 선진국도 가세 전망

세계적으로 볼 때 석유화학 설비는 2009년 하반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대규모로 증설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연됐던 설비들까지 신규 가동되고 있다. 중동과 중국만 놓고 봐도 지난해 955만t(에틸렌 기준) 규모의 설비 증설이 단행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공급이 확대됐음에도 석유화학 업황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와 남미지역의 거대 신흥국 중심으로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올해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선전이 기대된다. 중국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내수를 확대하기 시작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전 세계 에틸렌 환산 수요의 순증가분 680만t 가운데 약 48%는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또 지난해 부진했던 미국과 유럽도 올해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생산 고용 등의 제반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여러 지표들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 우(右)상향하는 쪽으로 반전했다. 미국은 전 세계 총생산(GDP)의 약 22%를 점유하는 나라다. 미국의 경기와 신용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본격 확대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도 탄탄한 경기흐름을 보이는 독일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도 있지만,미국과의 경기 연동성을 감안할 때 꾸준히 경기회복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공급은 둔화 국면

이처럼 신흥국 중심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신규 공급은 올해부터 2013년까지 본격적인 둔화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1~2013년 중 세계 석유화학설비의 신규 증설(에틸렌 기준) 규모는 연평균 2.8%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수요증가율 예상치(4.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성 상 향후 신규 설비의 투자계획이 발표되더라도 3~5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이미 발표된 설비 이외에 추가적인 증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설비 증설을 줄이는 경쟁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유일한 증설 업체인 싱가포르 엑슨모빌이 연산 129만t으로 계획했던 NCC(나프타분해센터) 설비의 본가동을 내년으로 연기하고,올해는 약 29만t만 증설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신 · 증설 규모는 작년과 비교해 97%나 급감할 전망이다.

또 북미와 유럽 석유화학업체들의 설비가 노후해 가동률이 낮은 점도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해당 지역 석유화학 설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 선이다. 하지만 이들의 약 70%는 30년 이상 된 노후장비인 데다,연산 10만~20만t의 소규모 설비들이 상당수다.

따라서 현재 북미 설비의 5~10%,유럽 설비의 15~20%가량은 가동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석유화학 설비가동률과 변동 마진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배경이다.

또 인플레이션과 농산물 가격의 강세도 수익 증대 요인이 될 전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지구온난화로 인한 수급 불안정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농산물 가격 오름세는 석유화학 업황에 호재다.

특히 면화의 가격 상승은 대체재인 화섬부문의 호황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천연고무는 합성고무 업황을,곡물은 비료업황을 진작시키게 된다. 최근의 농산물 가격 강세가 화학업황 호전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 yyjone@kt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