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 가격이 4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로 인해 황동을 원재료로 수도꼭지 등 욕실용품을 생산하는 수전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한 업체들은 제품가격 인상,황동 비축 물량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동 제조업체인 풍산은 이달 황동 2종 판매가격을 사상 최고치인 t당 1032만원으로 올렸다. 전달(966만원)에 비해 6.8%,1년 전(660만원)과 비교하면 56.3% 오른 것이다. 황동 가격은 작년 10월(928만원) 이후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황동 파이프 가격도 치솟았다. 주요 제강사 대리점들이 판매하는 이달 황동 파이프 판매가는 t당 1270만원으로,전달(1170만원)보다 8.3%,1년 전(850만원)보다는 49.4% 뛰었다. 황동봉 가격도 t당 1009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동 제품가격이 이처럼 오르고 있는 것은 황동 원재료인 전기동의 국제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3개월물 가격은 t당 9360.5달러로 1주일 동안 354.5달러 떨어졌지만,1년 전(7700달러)에 비하면 20% 넘게 오른 가격이다. 전기동 가격의 강세는 칠레의 구리 수출량이 감소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데다 비철금속 가운데 대표적인 투자 종목으로 자리잡은 전기동에 펀드 자금이 몰리고 있는 탓이다.

황동을 주원료로 수도꼭지,욕실 액세서리 등을 제조하는 국내 수전업체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한 수전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급등한 황동가격 때문에 제품을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그는 "황동 수요가 급증하는 3월이 되면 가격이 더 오를 텐데 그때 소규모 수전업체들은 고사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전업계에선 '올해 대대적인 부도 바람이 불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돈다.

수전업체들은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대림비앤코 로얄앤컴퍼니 아메리칸스탠다드코리아 다다 유진 등 대형 업체들은 황동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 수전업체 구매담당자는 "보통 3개월분의 재고를 쌓아두지만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감안해 올해부터는 5개월치 재고 물량을 가져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있는 대형 제조회사들마다 황동 재고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철금속 수출입을 담당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월 300t씩 주문하던 황동 파이프 제조업체들이 최근 주문량을 월 500t으로 늘렸다"며 "올 상반기에도 전기동 가격이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자 업체마다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10~15%가량 제품 가격을 올리는 업체도 생겼다.

그나마 대형 수전업체들은 자금력을 활용해 어려움을 돌파하고 있지만,소량으로 황동을 구매해 쓰는 중소 수전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 김포시의 한 중소 수전업체 관리담당 이사는 "자금이 부족해 황동을 미리 사둘 수도 없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심은지/심성미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