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은 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급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변동성이 적은 코픽스(COFIX) 금리 연동 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해온 것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지난해 3월부터 전환수수료를 받지 않고 기존의 CD금리 연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코픽스 연동형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전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210조원의 4.5%에 불과한 9조3679억원만이 코픽스 연동 상품으로 전환됐다.

최근 창구에서 신규로 이뤄지는 대출은 80%가량이 코픽스 연동형이지만,이마저도 변동성이 큰 신규 기준 코픽스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리 변동 위험이 있더라도 당장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형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고정금리형을 선택하도록 정책적인 유도를 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변동금리 대출을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고정금리형 장기 주택담보대출 확대 정책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하지만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변동 위험을 떠안지 않기 위해 이 같은 대출상품 판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금융시장에서 제대로 고정 대출을 취급하는 기관은 주택금융공사 한 곳뿐이다.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장기 고정금리형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작년 말 잔액은 16조104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5.3%에 불과하다. 보금자리론의 만기는 10~30년으로 길다. 하지만 공사 측은 5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없이 채무 전액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금융공사가 200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취급한 보금자리론의 공급누계액이 28조5656억원(작년 말 기준)에 달했는데도 지금 남은 잔액은 56%(16조104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장기 주택담보대출 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공사 관계자는 "평균 상환만기(듀레이션)가 5년이 채 못 되는 게 현실"이라며 "금리설계형 상품의 경우 거치기간(최장 1년) 동안에는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고정금리 적용기간은 더 짧다"고 말했다.

유창재/이호기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