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공공요금과 공산품 가격 억제로 대응해온 정부의 물가대책이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금리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변동금리형 대출을 사실상 방치,정부의 통화정책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 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9000억여원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로 치달았던 2006년 11월(5조1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위원회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내세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했기 때문이다. DTI 규제 부활을 앞두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마케팅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0월 3조5000억원,11월 4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379조3000억원이다. 일반 및 신용대출을 포함하면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600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 정도만 올라도 가계 이자 부담이 6조원가량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전세난 해소 등을 이유로 '전세자금 대출'마저 독려하는 등 가계빚을 늘리는 정책을 계속 쓰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금리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변동금리형 대출을 줄이기 위한 마땅한 대책을 금융당국이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변동금리형 대출이고,80%가량은 '2~3년 거치'라는 조건이 붙은 '이자만 내는 대출'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는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저소득층일수록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문제를 방치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할 때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는데도 금융당국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