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건강계획을 세운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포자기할 만한 시기가 이맘 때다.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보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마는 대표적인 건강결심 세 가지는 바로 금연,절주,운동(다이어트)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면 건강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노화를 지연시켜 요즘 모든 이가 선호하는 '동안(童顔)'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욕심이 과하면 중도에 포기해 한 해를 그냥 흘려보내게 되고,방법이 잘못되면 오히려 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작심삼월(作心三月)'해야 담배 끊는다


1년 365일 중 가장 흡연 인구가 적은 날짜가 아마 1월1일일 것이다. 그만큼 연초에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금연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니코틴 중독에 따른 금단증상이다. 니코틴으로 불안감 허전함을 달래려는 심리적 의존,담배가 없으면 집중력이 감소하고 식은 땀이 나며 화를 잘 내고 낮에는 졸립다가 밤에는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신체적 의존 때문에 담배끊기가 쉽지 않다.

금연은 시작 후 처음 2~3일이 가장 참기 힘들다. 금연을 3개월 정도 유지하면 90%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금연결심을 했다가 한 번 흡연으로 아예 포기한다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영원히 내팽개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작심삼일도 3개월만 하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작심삼월'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한다.
서서히 줄이는 절연법보다는 특정 일을 정해서 한번에 끊는 단연법이 더 성공률이 높다. 주중보다는 주말에,직장보다는 집에서 금연을 시작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극심한 금단증상을 조절하는 데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대처할 수 있는 주말과 가정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금연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자신의 의지력에 불을 붙여줄 수 있다.

성공확률이 높은 금연유지법으로는 '니코틴 대체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담배 대신 니코틴 패치나 껌을 이용해 니코틴을 몸속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방법이다. 니코틴 패치는 최소한 6~8주 정도 붙인다. 많은 연구결과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한 경우 1년 후 성공률은 3~5% 정도다. 이에 비해 니코틴 대체요법의 성공률은 15%에 이른다. 최신 약인 바레니클린(한국화이자의 챔픽스)은 성공률이 30% 안팎으로 니코틴 대체요법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약은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부분적으로 결합해서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고 흡연 시의 쾌감을 줄여줘 흡연욕구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혼자 금연하는 것보다 의사의 조언을 따르거나 치료약을 복용하는 경우 성공률이 더 높아지므로 병원이나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을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전자담배는 액상의 니코틴을 기화시켜 사용하는 담배대체용품이다. 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적고 타르 등 발암물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니코틴양이 조절되지 못하거나 습관성이 더 강해지며 일부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돼 주의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유해활성산소가 생겨 세포가 노화되고 혈류량이 감소하며 혈소판이 잘 들러붙어 혈전을 초래한다. 호흡기능은 물론 성기능도 저하되고 뇌의 노화가 촉진된다.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져 동안의 기본인 피부가 상한다. 모든 암의 30%가 흡연과 관련 있다. 올해부터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이참에 굳은 결심으로 금연에 나서도록 한다.

◆목표 명확하고 '술 없는 즐거움'알아야 금주 성공

"술을 끊든지,담배를 끊든지 둘 중 하나만 좀 해"이런 구박을 듣고 사는 사람이라면 일단 건강 이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하면 신체에 미치는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술 마실 때 유난히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고 담배 맛 또한 더 좋다고 느껴진다. 과학적 근거도 있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지용성 물질인데 알코올은 이 지용성 물질을 잘 녹이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잘 용해되어 더욱 빠르게 몸에 흡수되고 니코틴에 의해 아세틸콜린 수용체가 자극받아 흥분이 배가된다. 게다가 음주나 흡연으로 생겨난 독소를 해독·배출하기 위해 간이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게 되므로 피로는 이중 삼중으로 쌓인다.

일단 술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아예 마시지 않는 한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금주에 도전했다가 도저히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큰 자괴감에 빠지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금주 전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는 사람이 많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의 의지로 술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린다.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은 잦은 과음과 폭음으로 뇌에서 술을 자제하는 기능이 손상돼 생긴다. 술을 마실 때마다 블랙아웃(필름 끊김)이 생긴다거나 음주 후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고통을 주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미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절히 조금씩 마시겠다고 다짐해도 조절능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만취하게 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충동적으로 남을 따라 시작하는 금주일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뚜렷한 목적과 이유없이 시작하는 금주는 흐지부지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의지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실천해야 한다.

금주에 성공하려면 일단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에게 본인의 금주 다짐을 단호하게 선포해야 한다. 뜻이 맞는 술친구와 함께 하면 더 좋다. 다만 이때 한 명이라도 음주를 포기하면 다 같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탁상달력,수첩 등에 자신의 금주일을 표시한다. 금주에 성공한 날마다 하루하루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나가면서 자신감을 얻고 자칫 약해졌던 마음을 반성하는 동시에 다시금 굳건히 다잡을 수 있다. 가족이나 직장동료,금주동호회를 찾아 자신의 실천에 대해 꾸준히 피드백을 받는다. 주위사람들은 금주자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말은 되도록 삼가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줘야 한다.

기쁠 때나 힘들 때 함께 했던 술이기에 금주에 들어가면 친한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술 없이도 재미있게 사는 법을 깨닫게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MT,야유회,송년회 등의 행사를 갖는다. 이런 행사에서 다른 동료들 앞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다 보면 금주로 인한 허전함을 잊을 수 있다. 문제는 여럿이 어울릴 때 술자리 기회가 생기는 것.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소주 대신 음료수를 마시며 '술 없이 먹는 삼겹살이 더 맛있는 것 같다'고 외치면 금주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애주가들이 금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술이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술 없이 또렷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술 없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금주에 성공할 수 있다.

◆주 3회 운동을 숙명처럼 실천하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게을러 실천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태반이다. 지금은 건강하니까,시간이 없어서,헬스클럽에 나갈 돈이 없어서 같은 핑계거리를 대며 게으름을 정당화한다.

새해에는 '주 3회 이상'의 운동을 반드시 실천하도록 한다. 가끔씩 하는 운동은 의미가 없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1주일에 4회가량 운동하는 것이다. 최소 3개월 이상 이런 운동습관을 들여야 몸에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고,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후 운동 횟수를 조금 줄여도 효과가 유지된다.

적정 운동강도를 결정할 때는 심장의 박동수(맥박수)를 확인하는 게 제일 간편하고 쉽다. 숨이 턱에 닿아서 곧 쓰러질 정도로 심하게 운동할 때 심장이 뛰는 분당 맥박수를 최대심박수라 하는데 흔히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빼 계산한다. 적합한 운동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80%에 해당하는 맥박이면 된다. 운동 초심자는 최대 운동능력의 40~50% 선으로 시작해 점차 운동시간과 강도를 높여나가는 게 좋다.

심폐기능 강화,체중감량,근력증강 등의 효과를 동시에 얻으려면 운동시간은 최소 20분 이상이어야 한다. 물론 힘든 운동을 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으나 유산소운동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심하지 않은 운동을 30~60분가량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이때 말하는 운동시간은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을 말하고 본 운동 앞뒤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유해활성산소가 과다 생성돼 세포가 산화되고 피부도 늙는다. 안티에이징을 위한 운동 강도라면 최대 운동 능력의 60% 선이 적당하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 사이에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도 자외선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운동 후 마무리운동을 하면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운동 중 늘어난 활성산소를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운동 직전과 후에 비타민C와 E,베타카로틴,셀레늄 등이 함유된 영양제나 과일 및 야채를 섭취하면 유해활성산소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도움말=노용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금연)
허성태 다사랑병원 원장(금주)
지재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