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2011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 행사장.수십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주행시험장을 달리면서 '현대(HYUNDAI)' 글자를 그리는 역동적인 영상과 함께 현대자동차 프레스 콘퍼런스의 막이 올랐다. 발표자로 나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무대에 들어서자 수백대의 카메라에서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다.

정 부회장은 먼저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 얘기를 꺼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신차 구매자가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겠다는 것.그는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에 놓여 있던 2009년에 이런 방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고정 관념을 깼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현대차는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슬로건을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New Thinking,New Possibilities)'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모터쇼 경영'

정 부회장은 이날 이병호 미주법인장(부사장)과 오석근 디자인센터장(전무) 등과 함께 오전 9시40분부터 오후 늦게까지 50여개에 달하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부스를 일일이 둘러봤다. 도요타 혼다 GM 포드 등 주요 경쟁사들이 내놓은 신차를 꼼꼼히 살펴봤고 일부 차량에는 직접 탑승해 운전대를 잡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올 전시회에 나타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동향을 다운사이징(소형화)으로 요약했다. 그는 "미국 빅3뿐 아니라 유럽 메이커들도 차량 크기를 줄이고 있다"며 "중 · 소형차 라인업이 잘 갖춰진 현대 · 기아차에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에선 소형화와 동시에 고급화를 고민하고 있는데,우리도 이 부분을 잘 봐둬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가장 많이 발전한 브랜드를 묻자 곧바로 "포드"라고 답했다. 실제 그는 포드 전시 부스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3년 만에 디트로이트를 다시 찾은 그는 "위기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

정몽구 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품질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현대차의 가장 큰 과제는 명실상부한 품질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며 "품질이 뒷받침돼야 '럭셔리 프리미엄'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 순위를 뒤바꿔 놓은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해서는 "판매 대수가 늘고 전자장치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우리도)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들다"며 "회사가 정한 주요 부품 204개를 생산하는 협력업체는 직접 사람을 보내 관리하는 등 품질 문제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미국시장 점유율 5% 안착"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장은 "북미시장에서 지난해 소매기준으로 시장점유율 4.9%(기아차 제외)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5%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는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엑센트,벨로스터 등의 신차들이 출시되고 미 현지 생산량도 30만대에서 40만대로 늘어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판매 목표와 관련,정 부회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실업률이라는 변수가 있다"며 "현재 미국 실업률이 10%에 머물고 있어 자동차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점친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미국 자동차 빅3의 추정치보다 50만~100만대가량 적은 1200만대였다.

디트로이트=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