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저커버그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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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육성책을 쓰면 된다'는 생각에만 빠져있을까요.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벤처 버블로 충분히 경험했는데 말이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아침 라디오 연설에서 '한국판 저커버그'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언급한 것에 대한 한 벤처기업인의 소감이다. 이 대통령은 모바일 분야 1인 창조기업 지원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정작 벤처기업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이를 망치려면 돈을 주면 된다죠.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 자꾸 돈을 주면 됩니다. " 한 벤처투자자는 정부의 벤처 지원책을 우려하며 이렇게까지 말했다.
과거 벤처 버블 시기를 되돌아보면 정부의 과도한 지원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됐다. 이제는 정부의 육성책이 나오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기업인들이다.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맡았던 전하진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트위터에 "역설적으로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더 강한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며 "정부가 직접 창업자금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벤처인들은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귀를 막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마치 '돈 주고 판도 깔아주고 지원해 줄 테니까 잘들 커봐'라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벤처인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바라거나 정부가 대규모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장터 같은 것을 만들어 주길 원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쓸 데 없는 규제,행정절차를 해결해 달라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러닝 업체로 등록하는 데 사무실 평수를 따지고,인터넷에 가입하려면 온갖 개인 정보를 다 넣어야 하고,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도 없는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의 환경에 답답해 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던 주차장 지붕탓에 게임 등록을 하지 못한 한 창업자의 일화가 대표적 사례 아닐까.
벤처인들의 인식은 명확했다. 성공한 어떤 기업인도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일 뿐이라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성공하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임원기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아침 라디오 연설에서 '한국판 저커버그'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언급한 것에 대한 한 벤처기업인의 소감이다. 이 대통령은 모바일 분야 1인 창조기업 지원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정작 벤처기업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이를 망치려면 돈을 주면 된다죠.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을 망치려면 정부가 기업에 자꾸 돈을 주면 됩니다. " 한 벤처투자자는 정부의 벤처 지원책을 우려하며 이렇게까지 말했다.
과거 벤처 버블 시기를 되돌아보면 정부의 과도한 지원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됐다. 이제는 정부의 육성책이 나오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기업인들이다.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맡았던 전하진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트위터에 "역설적으로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더 강한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며 "정부가 직접 창업자금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벤처인들은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귀를 막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마치 '돈 주고 판도 깔아주고 지원해 줄 테니까 잘들 커봐'라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벤처인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바라거나 정부가 대규모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장터 같은 것을 만들어 주길 원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쓸 데 없는 규제,행정절차를 해결해 달라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러닝 업체로 등록하는 데 사무실 평수를 따지고,인터넷에 가입하려면 온갖 개인 정보를 다 넣어야 하고,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도 없는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의 환경에 답답해 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던 주차장 지붕탓에 게임 등록을 하지 못한 한 창업자의 일화가 대표적 사례 아닐까.
벤처인들의 인식은 명확했다. 성공한 어떤 기업인도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일 뿐이라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성공하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임원기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