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원화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운용자산 350억달러를 해외 자산에만 투자하도록 규정된 KIC가 국내 투자에 나선다면 당장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지분 인수전에도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등 민영화 대상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어 국내 기업 인수 · 합병(M&A)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임)는 1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후속 합동보고회의에서 "국부펀드 기능 확대를 위해 KIC의 자산 운용 범위를 늘리고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 특보는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KIC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투자 및 자체 자금조달을 허용하는 내용의 KIC법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국회에 제출한 KIC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강 특보는 이에 대해 "중국 국부펀드가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해외 M&A에 나서는 것에 맞서 KIC도 자산 운용 범위를 확대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조만간 KIC법 개정안을 손질해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관련 법 개정안은 KIC에 원화자산 운용을 허용하고 자기자본의 30배 이내에서 자본조달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KIC는 국내 구조조정 대상 기업 M&A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채권 발행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KIC 관계자는 "국내 원화자산 운용이 허용되면 대형 해외 국부펀드들과 공동으로 국내 자산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아부다비투자청(ADIA) 같은 곳은 이미 KIC와 국내 자산 공동 투자 의향을 밝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KIC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국회가 쉽게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도 메릴린치의 전략적 투자에 실패한 KIC에 투자 영역을 확대해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또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과 외화평형기금 일부를 받아 운용하는 KIC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경우 구축효과(민간의 자금조달을 막는 것)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정부는 G20 후속 조치로 한국의 개발 경험을 개도국 및 신흥국과 공유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 관련 교육기관(가칭 서울 G20 개발대학원) 설립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쟁력강화위는 정부 · 공공 분야 고위직 여성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여성쿼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감세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정종태/홍영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