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마케팅팀들이 아파트 분양가 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로 적정 분양가를 매기기 어려워진 탓이다.

수도권 남부에서 1100여채를 1분기에 일반분양할 계획인 한 대형 건설사는 아직 3.3㎡당 분양가의 100만원 단위도 결정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10만원 단위로 분양가를 고민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사업지 주변에 한동안 분양이 없어 2년 전 분양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A사는 인근 새 아파트보다 3.3㎡당 분양가를 300만원 정도 높게 책정한다는 방침만 정한 상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분양가뭄으로 참고할 만한 최근 분양가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거래가 끊기면서 기존 아파트 거래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곤혹스럽다. 아파트 주인들이 팔겠다는 호가는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아 분양가 기준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분양대행 · 컨설팅 업체들이 제시한 분양가도 천차만별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에 앞서 2~3개 업체로부터 분양가 수준을 파악해 봤는데 가격 차가 너무 심해 채택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아파트값 책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건설사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소형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중견 건설업체는 기존에 판매한 아파트보다 가격을 낮춰야할지 고민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전 분양가를 고수했다가는 장기 미분양으로 남을 수 있어서다. 소형 아파트인 만큼 전세난 덕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분양가 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모 건설업체 마케팅팀 직원은 "십수년간 분양을 해온 사람들도 분양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회사에서는 미분양이 많으면 너무 비싸게 책정했다는 점에서,빨리 팔리면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이유로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압력을 넣고 있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박종서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