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시스템 완벽해도 대통령이 낙점하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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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인사 문제점 전문가 진단
MB에 쓴소리 하는 참모 없어 … 레임덕 우려에 측근들 기용
당·청 청문회 전략 조율도 안 해
MB에 쓴소리 하는 참모 없어 … 레임덕 우려에 측근들 기용
당·청 청문회 전략 조율도 안 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 문제를 둘러싼 당 · 청 갈등을 계기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나 지난해 '8 · 8 개각'이후에도 인사검증 시스템을 대폭 수술했지만 결과는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다. "임명권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 청와대 사전검증은 무의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명권자의 마인드가 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인사권자의 인식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소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은 11일 "사적 연고를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이 각종 흠결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는 단초를 제공해 왔다. 인사로만 놓고 보면 실패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 내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여러 지적들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1등으로 꼽았기 때문에 내정이 됐다. 시스템이 완벽해도 임명권자가 반대를 하면 어쩔 수 없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일 중심의 성과주의에 몰두하는데,국민은 어떻게 평가할지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참모들
현재 인사에 관여하는 청와대 수석급 이상 중 임태희 대통령 실장을 제외하고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사람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땐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참모들이 이게 아니다 싶으면 대통령 후보에게 직언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참모들이 없다"며 "쓴소리를 하지 못하니까 대통령의 판단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인사는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밑에서 하기 때문에 검증 시스템이 안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여권 관계자는 "그러다 보니 정치권이나 언론의 의혹 제기에 청와대가 '대수롭지 않다'고 대응을 한 게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협소한 인재풀
'회전문 · 보은 · 측근 인사'는 현 정부 인사의 특징이다. 대선 캠프 및 청와대 출신들이 현 내각의 장관 16명 중 10명 안팎을 차지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웬만하면 재취업에 성공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집권 후반기 '인력 풀'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존에 활용했던 충성도 높은 인사들을 재배치하는 형태"라며 "그러다 보니 문제점들이 있어도 웬만하면 밀어붙이면서 논란을 촉발시켰다"고 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천하의 인재를 널리 모으는 노력이 없다. 권력자 주변의 사람만 쓰려고 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임기 말이 되면 레임덕 얘기가 나오다 보니까 더욱 믿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당 · 청 소통 부재
당 · 청 소통 부재가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에 총선이 있고 현 정부가 공정사회를 내건 마당에 국민정서가 정 후보자를 안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 적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당 · 청 간 청문회 전략을 미리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통령의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이를 보완해주지 못한 청와대 참모들의 실책이 당 · 청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깜짝인사 벗어나 상호검증을
전문가들은 검증의 폭을 넓히는 등 개선책을 제시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만 검증할 게 아니다. 미국에선 모든 검증자료가 의회에 제출되고 연방수사국(FBI) 등 여러 기관에서 상호 검증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도를 통제하며 '깜짝인사'를 하는 데서 벗어나 언론 등을 통한 철저한 사전 검증으로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충실히 해부할 것도 권고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
◆임명권자의 마인드가 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인사권자의 인식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소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은 11일 "사적 연고를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이 각종 흠결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는 단초를 제공해 왔다. 인사로만 놓고 보면 실패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 내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여러 지적들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1등으로 꼽았기 때문에 내정이 됐다. 시스템이 완벽해도 임명권자가 반대를 하면 어쩔 수 없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일 중심의 성과주의에 몰두하는데,국민은 어떻게 평가할지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참모들
현재 인사에 관여하는 청와대 수석급 이상 중 임태희 대통령 실장을 제외하고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사람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땐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참모들이 이게 아니다 싶으면 대통령 후보에게 직언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참모들이 없다"며 "쓴소리를 하지 못하니까 대통령의 판단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인사는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밑에서 하기 때문에 검증 시스템이 안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여권 관계자는 "그러다 보니 정치권이나 언론의 의혹 제기에 청와대가 '대수롭지 않다'고 대응을 한 게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협소한 인재풀
'회전문 · 보은 · 측근 인사'는 현 정부 인사의 특징이다. 대선 캠프 및 청와대 출신들이 현 내각의 장관 16명 중 10명 안팎을 차지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웬만하면 재취업에 성공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집권 후반기 '인력 풀'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존에 활용했던 충성도 높은 인사들을 재배치하는 형태"라며 "그러다 보니 문제점들이 있어도 웬만하면 밀어붙이면서 논란을 촉발시켰다"고 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천하의 인재를 널리 모으는 노력이 없다. 권력자 주변의 사람만 쓰려고 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임기 말이 되면 레임덕 얘기가 나오다 보니까 더욱 믿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당 · 청 소통 부재
당 · 청 소통 부재가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에 총선이 있고 현 정부가 공정사회를 내건 마당에 국민정서가 정 후보자를 안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 적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당 · 청 간 청문회 전략을 미리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통령의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이를 보완해주지 못한 청와대 참모들의 실책이 당 · 청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깜짝인사 벗어나 상호검증을
전문가들은 검증의 폭을 넓히는 등 개선책을 제시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만 검증할 게 아니다. 미국에선 모든 검증자료가 의회에 제출되고 연방수사국(FBI) 등 여러 기관에서 상호 검증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도를 통제하며 '깜짝인사'를 하는 데서 벗어나 언론 등을 통한 철저한 사전 검증으로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충실히 해부할 것도 권고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