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최장수 각료다. 그는 2008년 2월29일 취임 직후 서울 중계동 학원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전 · 월세 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것으로 공식행사를 시작했다. 집권 초기 '현장'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영향이 컸겠지만,초대 국토부 장관으로서 불안한 전세시장을 챙기겠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 국민들은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주무부처 장관의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 장관은 "집없는 서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하고 전세시장 안정화 방안도 내놨다.

최근 전세시장은 '대란'이란 표현만으론 부족할 정도로 심각해졌지만 정 장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전세시장이)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 특단의 전세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전세난으로 고생하는 세입자 입장에선 '강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전세시장 불안은 정 장관 취임 초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다. 일부 측면에선 오히려 더 심각하다. 정부 공인 주택통계를 발표하고 있는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2월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였고 3월과 4월은 각각 0.6% 올랐다. 반면 지난해 10월에는 0.8%가 뛰었고 11월과 12월에는 1%와 0.7% 상승했다. 수급 동향도 좋지 않다. 정 장관 취임 초기인 2008년 3월 전세 수급동향을 보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수치는 8.7이었지만 지난달에는 3.0을 나타냈다. 작년 10월에는 1.6까지 떨어져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전세난은 비수기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 심화될 게 확실하다. 지난 15년간 평균을 계산해보면 전셋값은 매년 6.2% 올랐고,2월과 3월은 1.6%와 1.5%로 1년 중 가장 상승률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 장관은 "필요하면 대책을 세워 시행에 나설 것"이라고만 했다.

다음 달 취임 3년을 채우는 정 장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취임 당시의 초심이다. "봄 가을 이사철에는 하루 단위로 현장 상황을 파악해 대응 조치를 강구,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 · 월세 시장을 밀착 관리하겠다"던 강력한 의지 말이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