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건설현장 식당)게이트' 브로커 유상봉씨(65 · 구속)와 경찰 간 유착 네트워크는 어느 정도일까.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10일 "유씨와 접촉한 총경 이상 간부는 자진 신고하라"고 경고한 지 하루 만인 11일 120여명이 신고했다. 총경 이상 간부가 55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유씨가 경찰 내부 깊숙이 로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씨로부터 후원금 수수 의혹을 받았던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유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경무관,"유씨와 접촉"

현직 경무관과 총경들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 및 지역 경찰청장 등의 부탁을 받고 함바 운영권 브로커인 유씨와 접촉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철준 부산청 차장은 해운대서장을 지내던 2006년과 금정서장이던 2009년에 유씨를 만났다. 유씨는 김 차장에게 함바 운영과 관련해 벽산건설 등 관내 건설현장 소장을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김 차장은 "유씨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충남청과 대구청에 소속된 총경 2명은 최근 서울동부지검에 참고인으로 불려가 유씨와의 관계를 진술했다. 이들은 조 청장이 유씨와 접촉 사실이 있으면 자진 신고하도록 유도하자 경찰청 감찰과에 이런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청의 김모 총경은 당진서장이던 2006~2007년 강 전 청장(당시 경찰청 차장)의 전화를 받고 집무실에서 유씨와 만났다고 신고했다.

김 총경은 "당시 유씨가 당진의 현대제철 건설 현장에 함바를 운영하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해 거절했다"고 감찰과에 설명했다.

대구청의 김모 총경은 지역 서장 시절 김병철 울산청장의 부탁으로 집무실에서 유씨와 접촉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주 건천에 건설 중인 양성자가속기 현장과 관련해 유씨로부터 '도시락 공급을 하려는데 시장을 소개해달라'는 청탁 전화를 받아 '우리가 거간꾼이냐'고 말하고는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강 전 청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 · 현직 경찰간부 6명의 최근 수년간 재산 등록 자료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이들 6명은 강 전 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박기륜 전 경기청 2차장,김 울산청장,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2일 이 전 해경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한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함바 비리사건과 관련, "내가 서울시에 있을 때에도 유씨가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이상해서 간부들한테 물었더니 함바 브로커라고 했다"며 "전직 경찰총수가 유씨와 접촉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내가 유씨 회사 아는데…" 사기범도

건설현장에서 유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제3자가 유씨의 위세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K씨(53)는 "내가 원진씨엔씨 대표이사인데 착수금 2000만원을 주면 대불공단 아파트 공사장 함바 운영권 1억원짜리를 넘겨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2000만원을 가로챘다가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원진씨엔씨는 유씨가 유상준이라는 가명으로 대표이사를 맡아 운영한 급식업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