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에 대한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오히려 빨라져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월별 기준으로 4년 만에 가장 많은 4조9000억여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한시적으로 폐지한 후 은행들이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린 탓이다.

가계 빚은 이미 위험 수위다. 1,2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잔액이 작년 말 현재 600조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2009년 말 기준으로 143%에 달해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도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이자부담은 6조원 정도 늘어난다. 가계 전체로는 금융자산에서 얻는 이자소득과 경제성장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분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받게 된다. 게다가 가계 자산중 평균 75%가 부동산이어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중상층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소득 계층과 관계없이 빚 부담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이제 빚 다이어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박한 과제로 부상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가계부채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더욱 시급하다. 이미 시장 금리는 오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정책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하고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 빚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데 정책적 딜레마가 있다.

무엇보다 빚 갚는 시기를 늦추게 만드는 거치식 대출구조를 손질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정기간 이자만 갚게 하는 거치식 대출을 최소화하고 기존 대출의 경우에도 거치 기간이 끝난 경우에는 무조건 연장하기보다는 거치 기간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게 필요하다. 가계 대출 중 93%에 달하는 변동금리 대출도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줄여 가도록 유도하고 은행들의 대출 경쟁도 자제토록 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가계 빚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