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의 고위 공직인사가 한번도 탈나지 않은 적이 없는 걸 어떻게 봐야 하나. 고르고 골랐는데 군대를 안 갔거나 기피한 사람들,땅투기꾼,위장전입자,세금탈루자들로 가득했던 것이 그동안의 인사다. 이번에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지난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파동을 계기로 인사 검증절차를 최대한 깐깐하게 만들었다는 데도 이 모양이다. 국민 정서와 완전히 따로 노는 청와대의 인선 기준,도덕적 잣대가 무엇인지 정말 알 수 없다.

쓸 만한 사람이 그렇게 없는 건지,일부러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건지 헷갈린다. 흠이 있어도 꼭 그 사람을 써야겠다는 고집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인사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인사권자 마인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아는 사람,믿을 만한 사람만 쓰려 하니 변함없는 측근 인사고 회전문 인사다. 정권 출범 때의 '강부자''고소영'인사가 MB 정부에 국민들이 등돌린 결정적인 이유였다. 민심이반에 그렇게 낭패를 당하고서도 도무지 달라진 게 없다.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 또한 '의인물용'(疑人勿用,의심스런 사람 쓰지 않는다)의 틀에 갇힌 듯하다.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최중경 경제수석을 낙점하고,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하는 순장조(殉葬組)로 불렸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박형준 전 정무수석 등을 다시 불러 들이지 않았나.

하지만 국정을 이끌고 관리해야 하는 고위 공직에 그런 기업 최고경영자(CEO)적 인사 스타일은 맞지 않다. 거대한 국가조직을 운영하고 온갖 다양한 욕구를 분출시키는 국민들의 갈등 조정과 함께,정책을 제대로 펴나가려면 우선 국민들이 수긍하고 따라갈 수 있는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 사람이라면 됐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국정이 힘을 받고 정책에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믿음과 관점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높이와 인식이 중요하고,특히 도덕성에 대한 무한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통령이 좁은 인력 풀을 놓고 자꾸 믿을 만한 사람을 찾으려 하니 측근 인사 · 돌려막기 인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 한나라당이 가장 비판했던 것이 코드 인사 · 회전문 인사였는데 지금 이 정부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까지 중도에 낙마한 인물들이 벌써 몇인가. 폐쇄적 측근 인사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는 탓이다.

대통령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측근부터 요직 인사에서 배제할 일이다. 대통령이 아는 사람보다 모르고 있는 인재가 이 나라에는 훨씬 많다. 아는 사람,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고집하다보니 헛다리 짚는 인사가 그칠 줄 모르고 국민들의 불신과 조롱만 받는 것 아닌가. 측근 기용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인의 장막에 갇혀 국민들의 뜻을 읽는 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레임덕을 막자는 측근 인사가 오히려 영(令)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보은(報恩) 인사다. 대통령이 되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보다 냉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 중 상당수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어도 감동을 받기보다는 대통령이 빚을 갚는 것,당연한 보답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열심히 일할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자리나 지키면서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해 청와대와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될 까닭이 없다. 올해에만 공공기관 절반에 가까운 130여곳의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면서 다시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예고되는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나라 장래를 위해서도 더 이상 '되어서는 안될 사람'을 골라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정권이 궁지에 몰려 초라해지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추창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