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수장없이 보내온 감사원은 12일 당혹감과 함께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이날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정치적 중립성과 청렴성을 중시해온 감사원의 이미지가 덩달아 실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황식 전 감사원장이 지난해 10월 국무총리에 취임하면서 시작된 감사원장 공석 상태는 이날로 104일째를 맞고 있다. 정 후보자의 사퇴로 수장 공백기는 더 길어지게 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좋은 분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원장의 공백기가 길어지게 돼 착잡하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하복동 감사위원의 원장 직무대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미 수립돼 있는 감사계획에 따라 감사를 착착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업무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4대강 감사 등 대형 감사 이슈에 대해 부총리급의 감사원장이 직접 감사의 큰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것과 원장 직무 대행이 나서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말 예정됐던 감사원 인사도 더 미뤄질 전망이다. 특히 현재 공석 중인 공직감찰본부장(1급) 임명이 지연될 수밖에 없어 직무감찰이 힘 있게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