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한 달 동안 증권회사들의 은행주에 대한 올해 주가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은행주는 작년 상승장에서 업종지수가 1.8% 오르는 데 그쳤지만,올해는 앞다퉈 최선호주의 하나로 꼽았다. 작년 12월 이후 발간된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 44개 가운데 35개가 은행주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고 '비중 축소'는 전무했을 정도다. 작년 내내 지속됐던 자산건전성 개선 노력이 올해 실적에 긍정적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기대 속에 새해를 맞은 은행주는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발(發) 악재'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떠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구상을 밝힌 것이 주요인이다.

김 위원장이 이 구상을 처음 들고 나온 지난 6일 은행업종지수는 2.37% 급락했다. 12일까지 하락폭은 3.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0.59%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관들은 증시에 상장된 8개 은행주(금융지주 포함)를 지난 6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총 4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은행주 추천 리포트를 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당혹스런 표정이다. 은행들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반(反)시장적 조치가 계속된다면 은행주 주가는 예상을 빗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한 해 정부 쪽에서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이는 '반(反)시장 바람'에 대한 우려가 은행주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1분기에 잇따라 임기가 만료되는 대형 금융그룹들의 최고경영자 선임 문제도 은행주 주가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 중인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오는 3월로 예정된 우리금융그룹 회장 선임에도 정권 실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풍문이 무성하다.

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주요 금융그룹 회장 자리에 무리하게 정권 실세를 앉히려 한다면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은 놀이터가 아니다"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일갈이 이젠 "시장은 '관치(官治) 올드보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다"는 메아리로 들려오는 듯 싶다.

송종현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