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신년 인터뷰] (7)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현대그룹은 시장 청문회 통과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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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인수자금 소명 못해 상선지분 넘겨주는 것도
"더 이상 명분 없는 일" 하이닉스 연내 매각 추진
"더 이상 명분 없는 일" 하이닉스 연내 매각 추진
"현대그룹은 결국 시장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겁니다. "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건설 매각과정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문을 현대그룹이 충분히 해명하지 못해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설명이다.
유 사장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연기금 등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더 이상 명분도,의미도 없다"고 말해 상선 지분을 그대로 현대자동차그룹에 넘길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중 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매각을 두고 말이 많은데.
"채권단은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에 입각해 매각작업을 진행해 왔다. 본의 아니게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매각작업에 관계된 이해관계자가 많아 그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했다고 이해해 줬으면 한다. "
▼현대그룹의 자금조달방안에 문제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는가.
"작년 11월 본입찰 마감 후 30여명의 전문가들이 호텔방에서 밤샘 심사를 벌였다. 논란의 핵심이 됐던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형식적인 요건을 다 갖춘 상황에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있었지만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보류하기란 어려웠다. "
▼발표를 미룬 뒤 추가 자료를 요구했으면 논란이 적었을 것 같은데.
"만일 발표를 미루고 자금출처자료를 요구했으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판단했다. "
▼아무리 그래도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한 뒤 곧바로 자금출처를 문제삼은 것은 석연치 않다.
"시장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채권단도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문제 된 부분은 별도의 절차를 통해 해결하자고 판단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정답을 맞히면 일단 점수를 준다. 나중에 정답에 문제가 있거나 부정이 개입됐다면 그 결과를 사후에 반영한다. 이런 과정과 같다고 이해해 달라."
▼하지만 채권단이 지나치게 현대그룹을 압박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 현대그룹은 결국 시장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시장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
▼정책금융공사가 외환은행을 제치고 앞서가는 발언을 많이 했다.
"매각 주체인 주주운영위원회가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3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특히 위임권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이 진두지휘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론스타 지분매각 등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 그러지 못했다. "
▼현대그룹에서는 일반 인수 · 합병(M&A)과 달리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댔다고 주장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서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금 어떻게 됐나. 대우건설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허술하게 짚고 갈 순 없었다. "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가.
"물론이다. 현대그룹과 똑같은 기준과 잣대로 평가할 계획이다. "
▼매각금액은 달라지는지.
"실사 결과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본입찰 때 제시한 5조1000억원에서 ±3%까지 조정할 수 있다. 사실상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좀 깎일 순 있다. 최종 매각금액은 5조원 안팎이 될 것이다. "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제시한 중재안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범현대차그룹이 불참함에 따라 의미도 없어졌다. "
▼현대그룹의 이행 보증금은 돌려주나.
"현대그룹이 여건을 만들어 줘야 가능하다. 그러지 못하면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
▼하이닉스 매각 계획은.
"인수대상자가 마땅치 않은 게 문제다.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최적의 소유 ·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1분기 내 결론이 나온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유연한 매각구조를 만들어 연내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
▼항공우주산업(KAI)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상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뒤 삼성테크윈,현대차,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주주와 함께 지분 공동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
하영춘/이호기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