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온 지난 2년간 '이머징 파워 10개국(E10)' 관련 펀드는 대박을 터뜨렸다. E10은 한국경제신문이 신년기획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이머징 10개국으로,브라질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멕시코 터키 폴란드 태국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 출시된 'E10' 단일 국가 펀드인 인도네시아 · 인도 · 브라질 펀드는 지난 2년간 100%를 훌쩍 뛰어넘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신흥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 펀드도 선진국은 물론 글로벌이머징 펀드를 크게 앞서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올 들어 인도네시아와 인도 증시가 물가 불안 우려로 삐걱대면서 이들 지역 펀드 투자에 대한 고민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6개 증권사(삼성 우리투자 현대 신한투자 대신 하나대투)들은 러시아와 인도를 최우선으로 추천했다.

◆인도네시아 2년 수익률 1위

12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투자 펀드인 'NH-CA인도네시아포커스A'는 지난 2년간(이하 11일 기준) 163.5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인도네시아와 주변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신흥아시아 펀드도 평균 102.89%의 수익률로 글로벌이머징 펀드(87.66%)를 크게 앞섰다.

러시아(146.63%) 인도(104.39%) 브라질(103.50%) 펀드와 멕시코 칠레 등에 투자하는 중남미 펀드(90.07%)도 해외 펀드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주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지형이 E10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 수익률로 드러났다"며 "세계의 부가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의 신흥시장 의존도와 신흥시장의 세계 자본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중국(홍콩H주) 펀드는 지난 2년간 68.46%로 체면치레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42.52%) 북미(33.68%) 유럽(20.99%) 일본(2.71%) 등의 펀드는 하위권으로 처졌다.

◆올해 유망한 해외 투자국은

'E10' 지역의 중장기 투자 전망이 밝다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거의 없다. 다만 지난해 숨가쁘게 달려온 만큼 잠시 쉬어갈 수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지수는 지난 4일간 9%,인도 센섹스지수는 올 들어 6% 급락했다. 이찬석 삼성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통화정책회의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음에도 금리를 동결해 오히려 시장 내 불안감이 커졌다"고 급락 배경을 설명했다.

6개 증권사는 'E10' 가운데 러시아(4개사)와 인도(3개사)를 올해 가장 유망한 국가로 꼽았다. 또 터키 브라질도 2개 증권사의 추천을 받았다. 'E10'은 아니지만 중국도 현대 · 대신증권의 투자 유망국에 포함됐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러시아는 올해 본격적으로 경기회복기에 접어들 전망인 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6.6배로 지난 5년간 평균(8.7배)보다 크게 낮은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조태훈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연구위원도 "러시아 증시의 올해 기대수익률이 35% 안팎으로 한국 증시 기대수익률의 1.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인도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10%로 확대하는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농산물 생산 증가로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높은 유류 수입 의존도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