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저의 경력과 재산문제,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다"며 정치권과 각을 세웠다.

정 후보자는 "35년간 심청사달(心淸事達 · 마음이 맑으면 모든 것이 잘 이뤄진다)이란 좌우명을 갖고 살아왔다"면서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일절 삼가며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 외에는 평생 땅 한평 소유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또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퇴를 촉구한 여권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도 표출했다.

기자회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A4 용지 5장에 적힌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간 정 후보자는 재산 증식,총리실 민간인 사찰 개입 논란,학위 취득 등 그동안 제기돼온 의혹을 차례차례 해명하며 억울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법무법인 바른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급여 명세표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말을 위안으로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납니다"며 사퇴문을 마무리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통의동 금감원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홀가분하다. 집착을 떨쳐버리면 마음이 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초동 정부법무공단에서 퇴임식을 갖고 법무공단 이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감사원장 후보자에서 사퇴하면서 공단 이사장에 그대로 있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