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통화 지표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핵심 통화 지표인 M2(광의통화)의 증가율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시중 과잉 유동성이 해소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실물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던 2008~2009년 통화 공급을 크게 늘렸기 때문에 최근 통화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과잉 유동성 국면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통화량 증가율은 둔화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M2 증가율(평잔 · 전년 동월 대비)이 7.4%로 집계됐으며 12월엔 7%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12일 발표했다. M2는 현금과 결제성예금을 가리키는 M1(협의통화)에 정기 예 · 적금 등 2년 미만 금융상품을 더한 것이다.

M2 증가율은 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9.3%에서 6월 9.7%로 높아졌지만 이후엔 7월(9.3%) 8월(8.5%) 9월(8.1%) 10월(7.6%) 등으로 내리막길이다. 7%대의 M2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물가상승을 차감하지 않은 명목 GDP 증가율 7.5%와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4%대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거의 반 토막났다.

민성기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최근 낮아진 통화 증가율만 놓고 통화량이 적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통화량은 경제 규모와 비례한다. GDP가 커지면 통화량도 늘어나고,GDP가 증가하지 않으면 통화도 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반대 방향으로 갔다. 명목 GDP 증가율은 2008년3분기 6.5%에서 같은해 4분기 -0.7%로 반전됐고,2009년 1분기와 2분기에도 -1.3%와 1.1%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M2 증가율은 2008년 3분기 14.7%,4분기 13.8%,2009년 1분기 1.5%,2분기 10.1%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은이 의도적으로 통화 공급을 늘렸으며 이 때문에 실물활동 대비 통화량이 커진 것이다.

GDP와 통화 규모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명목 GDP는 2008년 3분기 26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95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2년간 증가율은 12.7%다. 같은 기간 M2는 1386조9000억원에서 1655조5000억원으로 19.4% 늘었다. 한은의 화폐발행액과 은행 지급준비금을 지칭하는 본원통화도 같은 기간 50조원 수준에서 70조원 근처까지 불었다.

◆과잉유동성은 어느정도

그렇다면 현재 과잉 유동성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한은은 지난해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6월 말 기준 머니갭률이 5.46%라고 분석한 바 있다. 머니갭률이란 실제 유동성이 장기균형 유동성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 증가율이 약간 둔화됐다 하더라도 머니갭률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하게 말해 머니갭률이 4~5%라면 지난해 11월 M2가 1680조원인 만큼 과잉 유동성은 67조~84조원으로 산출할 수 있다.

한은 집행부는 과잉 유동성이 물가 및 자산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적정 수준으로 낮춰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한은의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잉 유동성을 줄이는 데 기준금리 인상 외에 다른 마땅한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