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물가 급등 우려 속에 금융권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임금 인상 요구까지 가세,인플레이션(물가 상승)기대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임금마저 가파르게 인상될 경우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서울 본점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삭발식도 가졌다.

하나은행 노조도 올해 10% 이상 임금 인상을 내걸었고 국민은행 노조는 5.8%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산별 노사 협상에서 2010년 임금 2% 인상에 합의했지만 각 은행 노조는 최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올해 민간 임금인상률이 최소한 공무원 인상률 5%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 이후 임금 동결 · 삭감에다 물가 상승까지 감안해 올해 9%대는 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요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계층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의 경우 30% 안팎의 인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노조도 정부가 올해 인상률을 4.1% 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공무원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추가 인상 요구에 나설 태세다.

여기에다 2009년 2월 이후 입사자의 임금을 삭감했던 공기업의 임금 체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기업의 젊은 직원들이 낮은 임금으로 취직을 기피하거나 이직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그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셌지만 임금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이로 인한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금을 올리면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뿐 아니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상승→제품 가격 전가→물가 상승→임금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종태/정재형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