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와 커피 등 일부 가공식품 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올린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내리기로 한 것은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식품 · 생필품 업계의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선 직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다.

풀무원식품 CJ제일제당 동서식품 등은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고 12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작년 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5~20%가량 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가격 인하는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 강한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풀무원식품 CJ제일제당 대상 등 두부업체들이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두부제품 가격을 19~27%가량 올린 이유는 두부의 주원료인 백태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콩 백태 품종은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당 7028원으로,작년 이맘때(3705원)보다 89% 넘게 뛴 가격에 팔렸다. 한 달 전(6560원)보다도 7.1% 오르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봄부터 계속된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이 나빠져 출하량이 감소한 탓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 원재료의 70%가 백태"라며 "작년 말 가격을 올린 것은 원재료 가격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일부 커피업체들이 제품값을 인상한 이유도 커피원두의 국제 시세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BOT)의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1일(현지시간) 파운드당 234.7센트로,143.7센트에 거래되던 작년 이맘때보다 63.3% 상승했다.

지난 7일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가 "일부 식품업체들이 설연휴 전에 이미 올린 두부와 커피 가격 등을 다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압박할 때만 해도 해당 업체들은 일단 버텼다. 이들은 당시 "가격 인하 여부는 금시초문이고 인상된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식품 · 생필품 업계의 담합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자 원가와는 상관없이 다시 '가격 인하 카드'를 내든 것이다.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원자재값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 두부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정부 또한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적게나마 제품가격을 인하해 물가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액션'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도 "이번 가격인하가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