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경주 미추왕릉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황금보검이 발견됐다. 5~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검의 손잡이는 로마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그리스 항아리와 같은 나선무늬도 발견됐다. 학자들은 황금보검이 체코 · 폴란드 지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신라와의 거리는 약 8000㎞.신라와 동유럽은 어떤 관계였을까.

《과학 삼국사기》는 신라의 뿌리가 흉노에 있다는 주장에 주목한다. 중국과 혈투를 벌이던 흉노의 지배자는 궁지에 몰리자 일족을 두 갈래로 나눠 이동한다. 한 갈래는 서쪽으로 달려 유럽에 다다르고 다른 한 갈래는 동쪽으로 이동해 신라에 정착한다. 이들은 서로 떨어져도 같은 혈족임을 잊지 않는다. 서쪽의 지배자는 신라의 지배자에게 북방 초원길을 통해 트라키아의 보물인 황금보검을 전달한다. 저자는 신라왕족인 김씨가 유목민의 성씨라는 점과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에서 신라 사신의 모습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든다.

공학박사인 저자는 역사학자들이 놓치기 쉬운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역사를 해석한다. 고구려가 중국과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이유도 과학에서 찾는다. 사람은 물론 말까지 철갑으로 두른 개마무사는 현대전의 탱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전쟁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당시 한반도는 중국보다 앞선 제철 기술을 갖고 있었고,강철 병장기로 무장한 고구려 군사들은 수의 열세를 극복하고 중국과 맞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삼국시대의 소재를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한국과학사'요,인문학과 과학이 한 틀에서 움직이는 통섭의 역사서다. 같은 방식으로 삼국유사를 다룬 《과학 삼국유사》도 함께 출간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