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정부는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지원 규모를 당초 5조7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리기로 했다.도시형 생활주택,다세대·다가구 등 건설업자에게는 연 2% 금리의 특별자금을 올해 말까지 지원,도심 소형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그러나 2013년까지 입주물량이 계속 감소할 전망이어서 보금자리정책 대폭 수정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기금 전세지원규모 확대와 도심 소형주택에 대한 자금지원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13 전세대책’을 13일 발표했다.

◆전세자금지원 총액만 확대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자금수요를 봐가며 올해 주택기금의 전세자금지원 규모를 6조8000억원으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기금운용계획은 관련부처 협의를 거쳐 20% 범위내에서 증액할 수 있다”며 “현재 금융기관에 예치된 주택기금 여유자금이 8조원 가량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택기금운용계획에서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1조1000억원,전세자금 대출에는 4세6000억원이 배정됐다.국토부는 “구입이든 전세든,자금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5조7000억원까지 전세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다”고 밝혀왔다.같은 맥락에서 구입·전세자금지원 규모를 6조8000억원으로 늘리면 필요할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이같은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 총액만 늘어났을 뿐 지원대상이나 한도액이 확대되진 않았다.근로자·서민 전세대출의 경우,연 3000만원 이하라는 소득기준이 완화되지 않았고 건당 6000만원이라는 지원한도도 높이지 않았다.다만,‘세대원 전원이 6개월 이상 무주택자’여야 하는 조건만 폐지했다.집을 갖고 있든 무주택자든 관계없이 소득기준만 맞으면 대출해주겠다는 얘기다.이 부분도 전세대책에 한줄 올려놓으려는 생색내기용 임기응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연소득 3000만원 이하이면서 주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이 즉각 나온다.

◆소형·임대주택 특별자금 지원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년내 지어 공급할 수 있는 소형·임대주택 지원책이다.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을 일종의 ‘특판 상품’으로 지원한다.금리를 현행 연 4~5%에서 2%로 낮추고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은 ㎡당 47만원에서 80만원으로,다세대·다가구는 1채당 15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대출금액을 늘려주기로 했다.국토부는 1조원을 지원하면 이같은 소형주택 4만채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단기 공급형 주택에 대한 건립지원을 늘리는 것은 좋은데 그 자금이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쪽으로,특히 원룸형으로만 흘러가면 전세주택공급이 아니라 월세주택공급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도 추진

유형·지역·규모별로 들쭉날쭉한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은 빠르면 오는 4월까지 합리적으로 개선된다.예를 들어,서울은 5채,서울 뺀 수도권은 3채,지방은 1채 등으로 임대주택 보유요건이 다른 게 대표적이다.또 종합부동산세 비과세,법인세 추가과세 면제,양도세 중과 제외 등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임대주택이 수도권(서울 제외)은 전용 85㎡ 이하,지방은 149㎡ 이하여야 하는 규정도 마찬가지다.국토부는 자금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분양받아 적극 임대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더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토부는 또 건설업체가 10년 임대주택을 지을 때만 공공택지를 공급하고 있으나 5년 임대를 지을 때도 공공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오는 4월 중 임대주택법 시행령을 바꿀 계획이다.국토부는 “5년 임대에 택지를 공급했던 2004년까지 연간 6만채가 민간임대주택으로 나왔으나 요건이 10년으로 강화된 이후 물량이 10%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 제도를 다시 도입하면 민간임대주택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이밖에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1년6개월 안팎인 주택 건설 인허가 기간도 6개월 이상 단축하는 등의 규제 완화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부문 공급 최대한 앞당겨

국토부는 올해 전국에서 약 13만채의 소형·임대주택을 완공해 입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먼저 소형 공공분양과 임대 9만7000채를 올해 공급하되,봄 이사철 수요에 대비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등 방법으로 최대한 빨리 입주가 빨라지게 할 계획이다.이는 작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2009년(5만6000채)보다 4만채 이상 늘어난 것으로 서울 1만5934채,경기 3만4735채 등 수도권이 5만6526채이고 지방은 4만787채이다.서울 강일 1989채(1월),마천 1542채(2월),세곡 1168채(3월) 등이 입주 시기를 앞당긴 물량이다.

2009년 12월 완공된 판교 신도시의 순환용 주택 가운데 빈집으로 남아 있는 1300채는 국민임대로 돌려 내달 초 일반에 공급한다.다가구 매입·전세 임대주택 2만6000채도 입주자 선정 절차를 최대한 줄여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LH 등이 보유한 성남 일산 등지 준공후 미분양 물량 2554채도 평형을 막론하고 전·월세 주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밖에 다음 달부터는 지역별 전·월세 계약액을 인터넷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개업자가 부르는 대로 거래되는 관행을 줄이고 입주 예정 물량 정보도 매달지역·규모별로 상세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월세 재계약 때 보증금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장에는 “가격통제 정책이 당장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중 가격을 형성하거나 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