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日 '탄소배출권 거래제' 늦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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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부담…경쟁력 갉아먹어
왜 한국이 먼저 나서려고 하나
왜 한국이 먼저 나서려고 하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한 각료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탄소(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포함한 주요 정책에 대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주목할 것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지구 온난화 대책의 핵심으로 꼽았던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이다. 산업에 대한 영향과 주요 국가가 참가하는 국제적 메커니즘의 성립 여부를 지켜본 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국가별 입장을 따져보면 일본만큼 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절박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성립시킨 주역이자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데도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부정적인 것은 왜일까.
그간 일본은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관련해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정부의 신성장 정책 추진 모멘텀,온실가스 감축 수단 확보라는 문제를 놓고 상당기간 심도있게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한창 발전기에 있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사양산업에는 과다한 배출권 할당에 따른 '횡재 이윤'을 발생시켜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킴으로써 오히려 정부의 신성장 정책에 역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은 일단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 연기를 결정했으나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을 통한 지구 온난화 대응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에 사활을 걸고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에너지는 국가 발전의 원천인 동시에 안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09년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대내외에 선언하고 그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계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와 일본은 산업 구조가 유사한 데다 일본은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아닌가. 또 우리 산업계는 2012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바로 1년 뒤인 2013년에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을 다시 준비하라고 하고 있다.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만2000달러를 넘는다. 두 국가의 2010년 교역 규모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총 교역규모가 9000억달러였으며 이 중 수출규모가 4700억달러였다. 일본은 2010년 1~11월 기준 총 교역규모 1조3000억달러 중 수출규모가 6900억달러에 달했다. 경제구조가 비슷하다는 얘기다.
일본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우리의 또 다른 경쟁 상대인 중국도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계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주변 경쟁 상대국의 동향을 고려하지 않는 독자적인 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은 녹색성장의 촉진보다는 국내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통해 국익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녹색성장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배출권 거래제의 독자적인 도입은 부작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조차 거래제 시행을 왜 주저하는지 국익 차원에서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국환경법학회 회장
사실 국가별 입장을 따져보면 일본만큼 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절박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성립시킨 주역이자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데도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부정적인 것은 왜일까.
그간 일본은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관련해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정부의 신성장 정책 추진 모멘텀,온실가스 감축 수단 확보라는 문제를 놓고 상당기간 심도있게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한창 발전기에 있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사양산업에는 과다한 배출권 할당에 따른 '횡재 이윤'을 발생시켜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킴으로써 오히려 정부의 신성장 정책에 역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은 일단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 연기를 결정했으나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을 통한 지구 온난화 대응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에 사활을 걸고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에너지는 국가 발전의 원천인 동시에 안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09년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대내외에 선언하고 그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계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와 일본은 산업 구조가 유사한 데다 일본은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아닌가. 또 우리 산업계는 2012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바로 1년 뒤인 2013년에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을 다시 준비하라고 하고 있다.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만2000달러를 넘는다. 두 국가의 2010년 교역 규모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총 교역규모가 9000억달러였으며 이 중 수출규모가 4700억달러였다. 일본은 2010년 1~11월 기준 총 교역규모 1조3000억달러 중 수출규모가 6900억달러에 달했다. 경제구조가 비슷하다는 얘기다.
일본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우리의 또 다른 경쟁 상대인 중국도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계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주변 경쟁 상대국의 동향을 고려하지 않는 독자적인 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은 녹색성장의 촉진보다는 국내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통해 국익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녹색성장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배출권 거래제의 독자적인 도입은 부작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조차 거래제 시행을 왜 주저하는지 국익 차원에서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국환경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