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상이 나를 어찌 알겠는가"…문틈 사이로 본 옛 문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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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즐기는 삶 | 강혜선 지음 | 태학사 | 412쪽 | 1만6000원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수염과 눈썹이 하얗구나. 머리에는 오사모를 쓰고,몸에는 야인의 옷을 입었다네.여기에서 볼 수 있다네.마음은 산림에 있지만 이름이 조정에 오른 것을.가슴에는 많은 서적을 간직하고,필력은 오악을 뒤흔드네.세상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나홀로 즐길 뿐.'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화가였던 표암 강세황(1712~1791)은 70세 되던 해에 자화상(보물 제590-1호)을 그리고는 이렇게 화상찬을 지었다. 고희에 들여다보는 자신의 얼굴.광대뼈가 불거져 나온 수척한 얼굴과 깊이 팬 주름,머리에는 관모인 오사모를 쓰고 몸에는 야인의 도포를 어울리지 않게 걸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표암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나홀로 즐길 뿐(我自爲樂)'이라는 것.표암은 2년 뒤 김생이라는 화가가 찾아와 작은 서첩을 내밀며 '자이열재(自怡悅齋)'라고 써달라고 청하자 붓 가는 대로 써준 뒤 이런 글을 덧붙였다. '사람이 스스로 즐거워하는 바가 같지 않으니… 오직 스스로 좋아할 만한 것을 선택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하겠다. '
《나 홀로 즐기는 삶》은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가 옛 문인들이 남긴 글을 통해 그들의 삶과 생활을 들여다본 책이다. 이를 통해 옛 문인들의 자아인식과 자아성찰,인생관은 물론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생활했는지,가족이나 벗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보여준다.
개성적인 취향과 특별한 체험이 드러난 글도 소개한다. 미수 허목,양허당 김재행,이이엄 장혼,백헌 이경석,담헌 홍대용,연암 박지원,순암 안정복,담정 김려,농암 김창협,다산 정약용,소남 심능숙 등의 이야기를 귀기울여볼 만하다.
불구인 한 다리에 나머지 성한 다리마저 다쳐 누워서 자신의 인생을 네 편의 우화로 비유한 장혼,빼어난 문재(文才)가 굴욕의 삼전도비문을 짓게 했던 이경석,시계와 거문고가 있었던 홍대용의 집,천리를 따르는 집과 분수에 맞는 방에 살았던 안정복의 이야기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화가였던 표암 강세황(1712~1791)은 70세 되던 해에 자화상(보물 제590-1호)을 그리고는 이렇게 화상찬을 지었다. 고희에 들여다보는 자신의 얼굴.광대뼈가 불거져 나온 수척한 얼굴과 깊이 팬 주름,머리에는 관모인 오사모를 쓰고 몸에는 야인의 도포를 어울리지 않게 걸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표암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나홀로 즐길 뿐(我自爲樂)'이라는 것.표암은 2년 뒤 김생이라는 화가가 찾아와 작은 서첩을 내밀며 '자이열재(自怡悅齋)'라고 써달라고 청하자 붓 가는 대로 써준 뒤 이런 글을 덧붙였다. '사람이 스스로 즐거워하는 바가 같지 않으니… 오직 스스로 좋아할 만한 것을 선택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하겠다. '
《나 홀로 즐기는 삶》은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가 옛 문인들이 남긴 글을 통해 그들의 삶과 생활을 들여다본 책이다. 이를 통해 옛 문인들의 자아인식과 자아성찰,인생관은 물론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생활했는지,가족이나 벗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보여준다.
개성적인 취향과 특별한 체험이 드러난 글도 소개한다. 미수 허목,양허당 김재행,이이엄 장혼,백헌 이경석,담헌 홍대용,연암 박지원,순암 안정복,담정 김려,농암 김창협,다산 정약용,소남 심능숙 등의 이야기를 귀기울여볼 만하다.
불구인 한 다리에 나머지 성한 다리마저 다쳐 누워서 자신의 인생을 네 편의 우화로 비유한 장혼,빼어난 문재(文才)가 굴욕의 삼전도비문을 짓게 했던 이경석,시계와 거문고가 있었던 홍대용의 집,천리를 따르는 집과 분수에 맞는 방에 살았던 안정복의 이야기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