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디자인은 음식 트렌드를 따라 진화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유기농과 간소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레스토랑 디자인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오는 5월 재개장하는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의 디자인을 맡아 최근 방한한 루마니아 태생의 건축가인 아담 티아니 티아니디자인 대표(63 ·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티아니 대표는 "예전에는 퓨전이나 하이엔드(고급) 음식이 인기를 끌어 레스토랑 디자인도 화려함을 강조했다"며 "지금은 테이블보를 비롯한 장식을 줄이고 소박해 보이는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호텔은 4월 말 완공을 목표로 1~3층의 로비와 피트니스센터 연회장 등을 재단장 중이다. 그는 이미 2008년에 이 호텔 지하 1층 디자인을 설계한 바 있다.

그는 새로 꾸밀 조선호텔의 디자인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이 호텔은 기와에 사용된 목재 화강암 금속 등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독특한 감수성을 지닌 건물"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레스토랑의 천장에는 전통 느낌을 내는 무늬를 넣고,일부 연회장의 창문은 전통 문살 문양으로 장식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전통과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특별한 경험을 주는 호텔로 만들겠다"며 "'새로움과 전통의 조화'라는 컨셉트 아래 2008년보다 한층 진보된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티아니 대표는 1981년 미국 뉴욕에 그가 디자인한 '라 쿠폴'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처음으로 225석을 갖춘 유럽식 대형 카페 레스토랑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팝 아티스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줄을 섰다가 그냥 돌아가기도 했죠.2001년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미국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 이때부터 이 분야가 유망하다고 판단한 그는 스스로 '레스토랑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만들어 자신의 명함에 새긴 뒤 활동해왔다.

그가 지금까지 디자인을 맡은 레스토랑과 호텔은 300곳이 넘는다. 뉴욕에선 장 조지의 '장 조지',토머스 켈러의 '더 뉴 퍼 세' 등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을 디자인했다. 그는 좋은 레스토랑의 조건으로 "음식 서비스 디자인 등 3요소가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레스토랑을 선택할 땐 디자인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지만,이후에는 맛과 서비스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스스로를 '레스토랑의 브리오니'로 비유했다. 고급 신사복 브랜드인 브리오니가 맞춤 수트를 한땀 한땀 제작하듯,디자인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셰프와 지역 브랜드의 초상화를 디자인에 투영한다는 얘기다. 티아니 대표는 "내 작품 철학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자라고 이탈리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잡종' 같은 경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