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에도 '허각'(지난해 '슈퍼스타K2' 우승자)이 탄생할까. 케이블 방송 엠넷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 열풍이 뮤지컬계를 달구고 있다. 그동안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로 흥행몰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뮤지컬 전문가와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스타를 발굴하고 직접 키우기에 나선 것.스타 캐스팅에 따른 과열경쟁과 출연료 상승,관람료 급등의 악순환을 막아보자는 의도도 작용했다.

'슈퍼스타K' 효과를 노리며 공개 오디션에 뛰어든 작품은 오는 4월 이화여대 삼성홀에 오를 오디뮤지컬컴퍼니의 '그리스'.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공모에 벌써 500명 이상이 지원했다. 뮤지컬 오디션에 200~300명가량이 지원하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오는 18일까지 접수된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서류전형과 1차 오디션을 통해 주요 배역의 2~3배수인 20~30명을 1월 말까지 선발한다.

후보자들은 2월부터 8주간 뮤지컬 연습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와 관객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심사한다. 오디션 전 과정과 연습,실제 공연 장면을 온 · 오프라인으로 공개하고 예비 스타를 뽑는다.

1차 오디션을 거친 배우들은 4월부터 두 달간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한다. 실제 공연 기간이 2차 오디션인 것이다. 80여회의 공연에서 보여주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토대로 관객 및 심사위원단은 공연장,온라인에서 24시간 투표 심사를 한다. 최고 실력을 보인 지원자는 최종 음반 발매 및 가수 데뷔의 기회를 얻는다.

이번 오디션을 기획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2000년대 들어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우 발굴이 큰 숙제였다"며 "서류심사 중인데 20대 중 · 후반에 머물던 기존 지원자층과 달리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지원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노래와 연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이너를 발굴하고 뮤지컬의 영역도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뮤지컬 스타 오디션 프로젝트에는 인기 걸그룹 카라의 음반을 제작한 연예매니지먼트 전문제작사 디에스피미디어가 참여해 가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 발굴한 예비 스타에게는 음반 발매,가수 데뷔 기회는 물론 뮤지컬 공연에 장기 출연하는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여느 뮤지컬 오디션 때보다 지원자의 평균 연령이 낮다.

이호연 디에스피미디어 대표는 "음반과 뮤지컬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두 분야 모두 스타 발굴에 항상 갈증을 느껴왔기 때문에 이번 실험을 통해 실력과 끼를 두루 갖춘 슈퍼스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학로 1등 흥행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지난해 일반인 오디션을 실시했다.

오디션 직후 제작진이 강사로 참여하는 배우 체험 캠프 과정을 열고 3개월의 연습기간을 거쳐 남녀 주인공 및 멀티맨,김종욱 역으로 무대에 서게 했다.

이 오디션을 진행했던 송영희 스토리P 과장은 "16명을 선발한 뒤 8명씩 팀을 이뤄 한 달간 2회의 공연을 진행했는데 관객의 호응이 컸다"며 "기본기가 부족해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이 실험을 통해 관객과 제작자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를 얻은 만큼 올해는 스타 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오디션 행사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