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을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2일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난 뒤 "후 주석이 시험비행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 군부의 반기'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홍콩의 밍바오 등은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이를 주도했다고 보도하며 군부의 독자 행동설을 부인하고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바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고 지도부와 군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 베이징의 한 미국 외교관은 "사태를 관장하는 게 중국 외교부인지 아니면 인민해방군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군쪽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교부도 강경론으로 끌려가는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발생 때 원자바오 총리가 "즉각 군을 투입해 인명을 구하라"고 지시했지만 군사령관이 거부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사실이라면 권력 서열 3위인 총리의 말을 군이 접수하지 않은 셈이다.

군에 대한 민(民)의 통제가 안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이래서 끊이지 않는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총을 들고 직접 싸우며 혁명을 한 지도자들로 군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덩샤오핑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장쩌민 전 주석부터는 달랐다.

군 경력이 없는 장쩌민은 군인의 걸음걸이를 연습하고 군복과 비슷한 색깔의 인민복을 주로 입는 등 군부 눈치를 살폈다. 후 주석 역시 군에 특별한 배경을 갖고 있지 않다. 장쩌민이 국가주석에서 물러났으면서도 한동안 당 군사위 주석 자리를 유지했던 것은 권력에 집착했던 점도 있지만,후 주석이 군부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사실상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은 퇴역 장성을 포함한 군부의 청문도 여러 차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부는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군부에 대해선 특별한 외교가 필요하다. " 한 베이징 외교관의 이 말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