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바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고 지도부와 군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 베이징의 한 미국 외교관은 "사태를 관장하는 게 중국 외교부인지 아니면 인민해방군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군쪽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교부도 강경론으로 끌려가는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발생 때 원자바오 총리가 "즉각 군을 투입해 인명을 구하라"고 지시했지만 군사령관이 거부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사실이라면 권력 서열 3위인 총리의 말을 군이 접수하지 않은 셈이다.
군에 대한 민(民)의 통제가 안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이래서 끊이지 않는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총을 들고 직접 싸우며 혁명을 한 지도자들로 군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덩샤오핑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장쩌민 전 주석부터는 달랐다.
군 경력이 없는 장쩌민은 군인의 걸음걸이를 연습하고 군복과 비슷한 색깔의 인민복을 주로 입는 등 군부 눈치를 살폈다. 후 주석 역시 군에 특별한 배경을 갖고 있지 않다. 장쩌민이 국가주석에서 물러났으면서도 한동안 당 군사위 주석 자리를 유지했던 것은 권력에 집착했던 점도 있지만,후 주석이 군부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사실상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은 퇴역 장성을 포함한 군부의 청문도 여러 차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부는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군부에 대해선 특별한 외교가 필요하다. " 한 베이징 외교관의 이 말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