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의 올해 중점정책 중 하나는 전통시장 개선이다. 중기청은 지난해 유통법과 상생법의 국회 통과,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의 유통 활성화 등을 통해 전통시장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는 이런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도록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동선 중기청장의 신년 행보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정책의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새해 벽두부터 강추위를 뚫고 지방 전통시장을 돌고 있다.

그렇지만 전통시장 시찰 일정을 보면 다소 의아한 대목이 있다. 부산에 유난히 집중돼 있다는 점이 그렇다. 지난 7일 첫 시찰지역으로 부산을 방문해 개금골목시장 등 5곳을 돌며 강행군을 펼치더니 14일에도 부산 지역 전통시장들을 다시 찾는다. 중기청은 "지역별 시찰 계획이 짜여 있어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의 전통시장이 1500여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해 들어 2주 연속 부산을 찾는 것은 좀 석연치 않다.

주변에선 "중기청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관인 점과 관련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경위 소속 24명의 국회의원 중 4명이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서다.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전통시장을 먼저 챙기도록 소관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중기청장이 부산을 다시 방문하기로 한 14일 지경위 소속 한 의원은 부산에서 기업 간담회를 연다. 중기청장도 이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후 시찰하는 전통시장도 이 의원의 지역구에 있다. 부산뿐만 아니다. 전통시장은 유동인구,즉 유권자가 많다는 점 때문인지 다른 지역구의 의원들도 중기청장에게 "우리 지역 시장은 언제 오느냐"며 항의 섞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기청은 올해 전통시장 시설 개선과 마케팅 지원에 2065억원을 투입한다.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압박이 적지 않다고 한다. 중기청은 올해를 대 · 중소기업 상생의 원년으로 삼고 지방 중소상인 지원과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이런 중기청의 노력을 흔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경봉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