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보는 당신이 영화 속의 인물과 소파에 함께 앉아 얘기하는 느낌을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그 안에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곧 휴대용 디지털 기기로 스포츠와 영화,게임,드라마의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이게 수익성 없는 사업일까요?"

제임스 밀러 스테레오픽처스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 사진)는 3D(입체)산업의 미래를 매우 밝게 봤다. 3D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디지털 기기와 영상 · 게임 · 콘텐츠 산업의 차세대 먹을거리라는 얘기다.

워너브러더스 사장을 지낸 그는 2008년 한국 업체인 스테레오픽처스의 미국 법인에 투자자 및 경영자로 합류했다. 이 회사는 실사 영화나 애니메이션 2D영상을 3D로 변환하는 전문기술 업체.그는 미국의 대표적 영화 · 방송 그룹인 워너브러더스에서 20여년간 경영자로 일했고,벨에어 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와일드 브레인 애니메이션 컴퍼니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 국제 3D페어'에 참석한 그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화 과정에 서 있는 것이 즐겁고 흥분된다"며 "거실의 벽걸이 TV와 주머니 속의 휴대용 기기 등 언제 어디서나 3D콘텐츠를 맛보게 되면 소비자들이 그 이전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제작될 영화나 애니메이션,방송 프로그램,게임,광고는 물론이고 도서관에 있는 'ET'나 '조스' 같은 고전 영화들도 3D 전환 기술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며 무궁무진한 시장성을 강조했다. 3D산업이 가장 앞선 미국 할리우드의 현황도 전했다.

"2009년 '아바타' 개봉 이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필두로 지난해 나온 입체 영화만 10여편 되는 것 같아요. 올해까지 30편 이상 제작될 겁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도 많지만 대중은 끊임없이 3D 콘텐츠에 노출되면서 익숙해졌죠.현재 미국에선 2D(평면)로 영화를 찍어 3D로 전환할 것인지,아예 3D로 촬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입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마다 상황이 다르고 어떤 경우에는 전환이 더 편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

그는 픽사 드림웍스 등도 오래 전부터 애니메이션 3D작업을 해왔으며 여러 제작 업체가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입체영화 제작자들은 업체들을 비교하며 파트너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3D로 전환하는 기술은 노동 집약적이면서도 창조적입니다. 예를 들어 3D로 찍은 영상을 2D와 3D로 나눈다고 칩시다. 2D에서는 불필요한 테두리 등을 없애고 사람이 일일이 효과를 보정합니다. 3D영상도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하죠.문제는 인도 등지의 업체들이 공격적이긴 한데 핵심은 '품질'이라는 겁니다. 스테레오픽처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당한 값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기술 발전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를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3D 촬영장비가 더 가벼워지고 다루기 편리해지는 것처럼 3D 전환 기술의 비용과 작업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3D로 찍는 작업과 2D를 3D로 전환하고 보정하는 기술은 한 작품에서도 복합적으로 사용될 겁니다. 장면의 특성에 따라 최적의 방식을 선택해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효과를 합치겠죠.촬영 현장에서도 두 대의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대의 카메라에 달린 두 개의 렌즈로 두 눈의 각도 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보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놀랄 만한 기술과 그 결과물을 보게 될 겁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