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후계자 김정은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파워게임'을 시작한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평양에서 '숙청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3일 정부와 대북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권부 내 김정일 부자를 제외한 최고 실세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전 노동당 작전부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세력이 지난 연말부터 잇따라 숙청되고 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200여명에 가까운 고위간부들이 김정은의 친위대인 국가보위부에 연행돼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갇혔다. 당시 체포된 고위간부 중에는 군부 산하 박정수 석탄무역회사 사장,리종호 대흥무역회사 사장 등을 비롯해 노동당 대흥총국 리철수 원산지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 재정경리부 산하 서경회사 사장,인민무력부 산하 54호 무역회사 사장,조선연유총국 총사장 등 군과 당 기관 산하 무역회사 고위간부들이 대거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소식통은 "지난 연말부터 장성택 · 오극렬 세력이 속속 (보위부에) 잡혀들어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김정은이 '속성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껄끄러운 두 사람의 손발을 자르고 있다"고 전했다.

장성택 라인으로 알려진 대흥총국 리철수 지사장은 부정축재와 스파이 혐의로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다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 작전부 산하에서 외화벌이에 핵심 역할을 했던 서경회사 사장,54호 무역회사 사장 등은 모두 20년 가까이 당 작전부장으로 막대한 외화를 좌지우지했던 오극렬의 측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자택을 수색당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달러를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나 현재 보위부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 오극렬은 김정은의 살생부 맨 앞자리에 올라있던 인물"이라며 "지난해 8월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고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되자마자 정찰국과 작전부,35실을 합쳐 정찰총국을 신설하면서 이미 '숙청설'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탈북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김정은의 지시로 공개처형된 사례만 60명이 넘는다"면서 "체제 단속을 위해 '공포정치'를 단행하면서 평양에서는 권력 쟁투를 본격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