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옵션만기일인 13일 증시는 중소형 증권사인 골든브릿지증권의 주문 실수로 시작부터 출렁였다. 이 증권사의 추정 손실액은 최대 250억원에 달했고,시장 참여자들은 출렁이는 지수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태는 옵션 만기를 맞은 이날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벌어졌다. 장이 열리자마자 골든브릿지증권에서 5만계약에 달하는 매도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은 것이다. 276.50으로 출발한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매도 폭탄에 275.80으로 급락했다. 이 증권사가 재빨리 주문을 취소했지만 이미 2만계약가량이 다른 증권사와 외국인 등에 의해 체결됐다.

선물 매도가 몰리면서 베이시스(현물지수와 선물지수 가격차)가 급락함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주문 실수 물량이 모두 흡수된 이후 선물가격은 장중 279선까지 급등하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투자자들의 경계심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대량 매물이 나와 베이시스가 크게 빠진 데다 추가적인 합성선물 전략(컨버전)까지 가능해지면서 지수 부담이 예상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의 손실액은 200억~25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날 주가는 7.48% 급락했다. 관계자는 "고유계정의 주문 실수가 있었다"며 "매도 주문이 최대 5만계약까지 잘못 나갔고 이 중 약 2만계약의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2010회계연도 3분기(4~12월)까지 13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번 주문 실수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상세한 손실 내역은 14일 공시할 예정이다.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주문 실수에 대해 시장에선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이 2007년 주문 실수 예방을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파생시장 전문가는 "선물의 경우 300계약 이상 주문하면 확인 절차를 거치고,500계약 이상이면 보류를 유도하는 등 증권사 자체 규준이 있지만 속도가 생명인 파생시장에선 별 효력이 없다"고 귀띔했다.

불과 이틀 전 '11 · 11 옵션쇼크' 후속 대책을 내놓은 금융당국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선물과 옵션을 합산해 만기일 미결제 약정 한도를 1만계약으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시행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대책이 미리 시행됐다면 5만계약에 달하는 매물 폭탄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