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물가대책의 하나로 전 · 월세시장 안정방안도 포함됐다. 올해 공공부문에서 전국적으로 소형 분양 · 임대주택 9만7000세대를 입주할 수 있게 공급하고 다가구주택 2만6000채를 매입해 전세용으로 활용한다는 대책이 골자다. 그렇지만 이들 중 상당수의 주택은 실제 들어가 살 때까지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고 보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치솟는 전셋값에 집을 못 구해 애를 태우는 무주택 서민들의 다급한 처지와는 동떨어진 대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전세대란 진원지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올해 입주주택이 17만7000채로 작년보다 1만채나 적다.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서울의 강남 등 인기지역은 소형 아파트라도 전셋값이 수천만원 오른 곳이 수두룩하고 강북지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가 전세자금 지원규모를 당초 5조7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늘린다지만,턱없이 오른 전세금을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부족할 것이 뻔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봄 이사철에 전세대란이 더 심해질 것이란 걱정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전세대란은 무주택 서민들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로 주택구입을 기피하면서 전세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는데 온갖 정책수단을 동원한 나머지 집값 하락에 따른 반작용인 전세수요 증가를 간과했고,그에 대응한 공급물량 확보를 등한시함으로써 결국 수급 차질로 인한 가격 폭등이 빚어지도록 한것은 정책실패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2만9000채가 넘는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용으로 활용하는 추가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민간사업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적극 이용할 수 있게 세제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 주택정책이 보금자리주택에만 매달려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은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