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총리실에서 발표한 식품산업 규제합리화 대책은 국가 차원에서 식품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대책에는 서류작성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에 대해 신청서류 분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간소화하는 등 많은 제도개선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건강기능식품산업에 대한 규제합리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강기능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 개발과 함께 이들 제품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규제는 '식품 판매업 신고제'다. 우리나라에서 기능성 표시가 된 요구르트나 건강음료를 팔려면 일반 식품과는 별도로 기초자치단체에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진열장도 따로 설치해야 하고 공급내역도 2년간 비치해야 한다. 소매점에 이러한 규제는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판매업 신고제가 일종의 시장 진입 규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신고제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려면 대형마트에 가거나 방문판매 또는 온라인을 이용해야 한다. 아침 · 저녁 지나치는 근처 소매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살 수 없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선 식품을 판매하는 업소면 어디서든지 건강기능식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그 결과 미국 소비자는 소매점 등에서 89%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61%가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일반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26%만 대형마트 등에서 살 수 있으며,61%는 방문판매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 판매업소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시장에서 잘 유통되지 않는다면 그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자율화해야 한다.
곽노성 <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