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혈액검사 초음파 X-레이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해봐도 이상을 발견할 수 없으나 다양한 자각증상 때문에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많다. 질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다. 이를 일컬어 서양의학에서는 '아(亞)건강(sub-health)',한의학에서는 '미병(未病)'이라 한다. 건강과 질병 사이의 '제3의 상태'이자 '회색지대'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항노화의학 전문가나 한의사들은 다양한 진단법으로 회식지대에 놓인 아건강을 적극 치료함으로써 10년 이상 젊어지는 안티에이징을 추구하고 있다.

한의서인 황제내경에는 '명의는 미병을 치료한다. 병이 생긴 후에 약을 주는 것은 갈증이 날 때 우물을 파는 격이요,싸움을 앞두고 무기를 만드는 격이니 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씌어 있다. 이재동 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과거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한 사람은 약 5%,환자는 약 20%,아건강 상태인 사람이 75%라는 연구결과를 내놨고 일본에서도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성인환자를 분석한 결과 아건강상태인 사람은 남성이 3명 중 1명,여성이 2.4명 중 1명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미병은 중년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직종으로는 전문직 종사자,경영인,주부에게 흔하다. 빈도가 높은 증상으로는 피로 어깨결림 두통 소화장애 수족냉증 가슴두근거림 설사 변비 어지럼증 목마름 어지럼증 등이다. 뚜렷한 원인은 없으나 잘못된 생활습관의 누적,지나친 스트레스,불균형한 식단 등으로 생긴 불편한 증상들이다. 이 교수는 "교통사고나 전염병 같은 급성질환을 제외하고 암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며 "미병을 조장하는 나쁜 생활습관 세 가지만 교정해도 수명을 최대 10년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티에이징 클리닉에서는 이에 따라 미병을 조기에 치유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검진법과 치료법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의 안티에이징 클리닉 '차움'은 10여가지를 실시 중이다.

혈액이나 타액 속의 남성 · 여성호르몬,성장호르몬,생식호르몬(DHEA),프레그네놀론 등을 측정해 정상치보다 현저하게 낮을 경우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항산화제를 보충하고 생활습관개선 영양 · 스트레스관리를 지도한다. 뇌기능검사는 정량적 뇌파검사(Q-EEG)와 간이정신건강검사(MMSE)를 통해 노화에 따른 뇌의 집중력 · 주의력 · 암기력 저하를 테스트한 다음 바이오피드백-뇌기능훈련과 명상,스파 등을 시행한다. 심장 및 경동맥에 대한 초음파검사로 혈류상태를 점검함은 물론 수지스캔을 통해 말초혈관의 흐름도 파악한다. 수지스캔은 손톱끝의 매우 가는 혈관을 300배 배율의 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써 손발이 찬 증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내장기능검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세전류를 흐르게 해 이 때 나오는 전기저항값을 바탕으로 자율신경계의 기능,호르몬 작용,세포의 항산화능력,체내 산도 등을 측정,인체 곳곳이 원활하게 기능하는지 파악한다. 또 소변에 섞여 있는 유기산으로 간의 해독능력을,장내 유해균의 분포로 장내 독소를 평가함으로써 디톡스(해독)요법을 실시한다. 체내 중금속은 보통 빠른 시일 안에 배출되거나 지방에 반영구적으로 축적되기 쉬운데 모발을 분석하면 최근 3~6개월 축적된 중금속의 평균량을 알 수 있다. 디톡스는 중금속에 대척하는 항산화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주사하거나,아미노산의 일종인 EDTA 제제를 투여해 중금속과 결합 후 체외로 배출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밖에 면역기능검사(혈중 임파구 측정),질병 발병가능성을 예측하는 유전자검사,세포 노화에 따른 DNA 손상도 검사,피부탄력검사 등을 시행 중이다.

배철영 차움 노화연구소장은 "질병을 유발하는 데 유전적 요인과 환경은 각15%,생활습관은 70%를 차지한다"며 "흡연과 과음,과식을 피하고 수면과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매주 3차례 이상 운동하는 생활습관을 길러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소장은 "미병의 원인에 맞게 체중감량,디톡스,영양 · 스트레스관리에 나서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방에서도 미병을 조기발견하기 위해 전통적인 문진,복진,진맥 외에 다양한 전자진단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경희대 한방병원의 경우 동맥 및 모세혈관의 파동을 측정하는 맥파검사,맥박과 맥률(호흡당 맥박 수)을 측정하는 맥진검사,피부에 미세전류를 흘려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계의 균형을 파악하는 양도락 검사,위 박동의 전기적 리듬변화를 측정하는 위율검사를 시행한다.

양도락검사 시 전기저항이 낮으면 교감신경계가 흥분돼 있고 반대로 전기저항이 낮으면 교감신경이 저조한 것을 의미한다. 박영배 경희대 진단생기능의학 교수는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보약을 먹어 나아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대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가 깨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활습관교정 식사요법 침뜸 호흡 · 자세교정 한약 기공 명상 요가 등 환자의 여건과 체질에 맞는 방법을 써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