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도시 부동산 임대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매물부족으로 서민들의 임대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선 지난 한 해 집세가 3배 가까이 오르는 곳이 등장하는 등 주거 비용 상승세가 무섭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근 "독일 내에서 뮌헨이나 함부르크에 비해 부동산 관련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정평이 났던 베를린이 각종 재개발 등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해 베를린에서 ㎡당 평균 월임대료는 4.83유로로 독일 내에서는 여전히 싼 편이지만 시내의 크로이츠베르크나 프리드리히샤인 등 인기 지역의 경우 최근 임대료가 뮌헨 수준인 ㎡당 11.5유로까지 폭등했다. 슈피겔은 "베를린시 상당지역이 주변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20%이상 오르면서 임대 비용 관련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프랑크푸르트도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임대료 급등문제가 심각하다.

프랑스 파리서도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함께 임대료도 동반 급등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2009년 2분기 ㎡당 6000유로 수준이었던 파리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3분기엔 7000유로 수준으로 치솟았고,올해 초엔 8000유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생제르맹 같은 인기지역의 경우엔 ㎡당 1만3000유로가 넘는 가격에 주택이 거래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파리 시내 평균 임대료도 지난해 3분기 ㎡당 22.3유로에서 최근 ㎡당 28.78유로로 올랐다.

슈피겔은 "파리 생망데가에서는 수돗물도 안 나오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6층 아파트 꼭대기의 낡은 화장실 크기(5㎡) 단칸방조차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부동산 업자들은 3만유로의 집값이 '비합리적'이라고 고개를 젓지만 그 가격에도 집을 못 구해 난리"라고 전했다. 크리스티안 르페브르 파리 중개인협회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며 임대료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조사에 따르면 파리에선 30㎡짜리 조그만 아파트를 간신히 마련할 수 있는 30만유로를 갖고 릴에선 넓은 정원이 딸린 고급주택을 살 수 있다. 마르세이유에선 파리의 4배 크기 아파트를 시내 중심가에 마련할 수 있다.

영국 런던에선 50~60㎡짜리 아파트가 인기인데 대략 35만유로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벽 회칠이 벗겨지고 지하실에 쥐가 뛰어다니거나,창문이 하나뿐인 허름한 주거 공간이 ㎡당 7000유로(1000만원)인 곳도 허다하다. 런던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한때 부동산 가격이 주춤했지만 근래 다시 많이 올랐다.

유럽 주요 도시 주거 및 상업 임대료가 치솟는 이유는 장기적 차원에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런던 등 일부 대도시에선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주택의 수급불균형 요인도 있다. FAZ는 "부동산 임대료 측면에서 세계 주요 대도시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합리적이고 알뜰한 가격의 주거공간이나 업무공간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