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을 조작해 영상 속 숨은 공간과 각도까지 찾아내 볼 수 있는 날이 곧 올 겁니다. 기술은 정말 빠르게 진보하고 있습니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이비드 에브너(사진)는 20년 가까이 할리우드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특수 · 시각효과를 담당해온 전문가다.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이 가진 꿈을 화면으로 옮기는 일을 하는 '창조 파트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서울 국제 3D페어에 참가한 그는 14일 세미나에서 '영화 제작과 입체 영상 기술'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 5년 동안 기술 발전이 빨라져 예술가들은 오히려 작업하기 편해졌어요. 촬영과 동시에 찍은 화면이 입체적으로 어떻게 보일지 바로 모니터로 확인하니까요. 안경 좌우에 빨간색과 파란색 셀로판지를 넣은 애너글리프 방식으로 3D 효과를 경험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인데 말입니다. "

에브너는 최근 디지털 카메라와 센서,칩,디스플레이 장비가 급격히 좋아지면서 영화감독이나 제작사 등 고객들의 눈높이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드 윙크트'는 3D 카메라 두 대만으로 찍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D로 찍어서 3D로 전환한 거예요. 그런데 경우에 따라 어느 한 방식으로만 제작하는 게 훨씬 비쌀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중요합니다. 카메라 한 대로 촬영하면 이동이 더 빠르고 자유로워서 화면에 속도감이 나지요. 어차피 다양한 시각효과나 그래픽 처리가 필요한 작품이면 2D를 3D로 전환하는 게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에요. 반대로 후반 작업이 많지 않고 촬영 공간이 넓다면 3D로 직접 촬영하는 게 낫고요. "

장비나 프로그램에서도 강자들이 다채롭단다. 미국에서는 '리얼디' 대형 프로젝션과 '레드' 카메라를 주로 쓴다. 3D 합성 소프트웨어에선 오토데스크나 누크,디지털 퓨전 제품들이 보편적이다. 입체영상 기술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뭘까.

에브너는 "어떤 영화이고 감독이 뭘 원하는지 이해하고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도전은 그 다음 문제라는 얘기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