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입체) 영화를 잘 만들려면 제작 현장에 있는 약 5000명의 영화인만으로는 안 됩니다. 영화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결집시켜 만들어 낸 '복합제품시스템(CoPS · complex product systems)'식 기술개발의 결과물이어야 해요. "

이재우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연구원(사진)이 제시하는 국내 3D 영상산업의 기술적 발전 방안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3D 영화는 게임이나 테마파크의 속성을 흡수,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체험을 통한 감동을 준다. 따라서 영화계가 기계 · 전자 · 컴퓨터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협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3D 혹은 4D는 주인공이 스크린 밖으로 나와야 하고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이런 기술적인 부분들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누구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지,어떤 방식이어야 할지 의논하고 검증하는 일종의 지식 유통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복합제품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는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국내에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이나 최근 타임지가 2010년도 최고 발명품으로 소개한 KAIST의 '온라인 전기차'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기차는 도로 · 정보통신 · 자동차 · 전기 · 전자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겁니다. "

그는 대량생산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과 달리 프로젝트별 다자 간 기술개발 방식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영화 제작 과정에서 흔히 활용되고 있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접목해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금관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영화마다 SPC를 설립하고 정산이 끝나면 해산하듯이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영화가 있다면 '특수목적 기술연구소(SP R&D센터)'를 설립해 맞춤형 기술을 개발하고 영화제작이 완료되면 해산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

그는 "3D 혁명은 게임과 모바일 등 모든 영상산업에 해당되지만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분야가 영화이므로 영화계의 기존 제작 시스템이 새로운 변화에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